25년만에 처음으로 외국서 자금 조달…글로벌 채권도 첫 발행 계획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에 글로벌 은행들로부터 100억 달러(약 11조3천억원)를 대출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가 외국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여파로 10억 달러를 조달했던 1991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대출은 사우디가 외국 자본에 의존하기 시작한다는 신호로 획기적인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또 사우디가 처음으로 국제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하는 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석 투자전략가 유언 캐머런 와트는 사우디가 이번 대출로 상황을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국제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우디가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전환하는 길을 닦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중대한 변화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5년 만기의 이번 대출에 이어 국제 채권 시장에서 국채를 처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사우디가 외국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은 외환보유액 감소를 늦추고 국유기업을 떠받쳐온 사우디 은행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사우디는 60억∼80억 달러를 대출할 계획이었지만 은행들의 관심이 높아 규모를 100억 달러로 늘렸다.

사우디에 대출해주는 주요 은행은 도쿄-미쓰비시 은행, HSBC, JP모건 등이다.

사우디는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에 2014년 말 이후 외환보유액이 1천500억 달러(약 170조원) 감소했다.

사우디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반 만에 60% 넘게 떨어진 국제유가 때문에 사우디 외에도 걸프 지역에서 아부다비와 카타르, 오만 등이 국제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한편 사우디의 경제 개혁을 총괄하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자는 오는 25일 사우디 개혁의 청사진을 발표한다.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의 주식 매각과 국부펀드 설립, 고용과 투자를 늘리기 위한 다른 개혁 조치 등의 세부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람코와 수십 년간 관계를 유지한 JP모건 등이 지난해 말 이후 아람코의 기업공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