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에 몰린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가 자신에 대한 탄핵 배경에는 성차별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AP통신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하원의 탄핵안 가결 이틀 후인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브라질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 문화가 이번 탄핵의 "강력한 요소"가 됐다고 주장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그들(탄핵 추진세력)은 남성에게는 보이지 않을 태도로 나를 대했다"며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깊이 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은 예민하고 많은 부담감을 느낀다고들 믿는다"며 "난 그렇지 않다.

난 예민하지도 않고 신경질적이지도 않다"고 항변했다.

탄핵의 직접적인 배경이 된 정부회계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이것이 브라질 정부의 관행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이전 정부들도 비슷한 정책을 썼다"며 이번 탄핵 절차가 부패 의혹에 쫓기고 복수심에 찬 힘 있는 라이벌들의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이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는 지적은 여성운동가 등을 중심으로 이전에도 제기됐다.

지난달 유엔여성기구는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공세를 '성차별적 정치폭력'이라고 규정하며 "여성 인권의 수호자로서 유엔여성기구는 호세프 대통령을 겨냥한 성차별적 정치 폭력을 포함해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탄핵 과정에서 나온 일부 연설이 성차별적이며, 특히 일부 의원들이 탄핵 지지 집회 등에서 등장한 '차우 케리다'(Tchau, querida·'잘 가, 자기'의 뜻)라는 구호를 부적절하게 발언에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은 현재 하원을 거쳐 상원에 올라가 있다.

규정상 상원은 40일 내에 탄핵안을 심의해야 하는데 이날 헤난 칼례이루스 상원의장은 내달 11일께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상원에서도 탄핵안이 가결되면, 호세프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돼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권한을 넘겨받게 되며, 이후 연방대법원의 탄핵 심판과 상원 표결을 걸쳐 6개월 내에 탄핵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