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도 부도…경고음 커지는 중국 회사채시장
3조위안에 이르는 중국 회사채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원리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중국 기업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이 여파로 채권 발행을 취소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회사채시장의 신용 리스크(위험)가 시작됐다는 경고를 내놨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역내 위안화 채권시장에서 7년 만기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 간 격차는 18일 0.91%포인트로 올 들어서만 0.28%포인트 급등했다. 만기가 똑같은 국채 금리에 비해 회사채 금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금리 격차가 커졌다는 건 채권 투자자들이 회사채의 디폴트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회사채 금리가 뜀박질하면서 이달 들어 62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606억위안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무산됐다.

스레이 핑안증권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디폴트 위험 우려에 몸을 사리고 있다”며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격차가 앞으로 0.5%포인트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중국 회사채시장은 ‘디폴트 무풍지대’였다. 경제가 고속 성장을 지속한 데다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디폴트 위기에 놓인 기업에 국영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왔다.

2014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회사채 디폴트를 허용해 부실 기업을 퇴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작년 4월 바오딩톈웨이가 국유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회사채 이자 8550만위안을 갚지 못해 디폴트가 났다. 올 들어선 둥베이특수강과 중메이그룹의 자회사 한 곳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회사채시장의 이 같은 신용 리스크가 더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상장 기업들의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은 지난해의 두 배로 199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 들어 63개 중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추신훙 퍼스트 스테이트 신다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회사채시장의 신용위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