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철강·석탄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180만명의 실직자에 대한 종합지원 방안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올해 공급과잉 산업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공급 측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최근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철강·석탄산업에서 발생할 실직자 지원 대책을 마련한 것은 이들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철강·석탄산업 180만명 정리해고 돌입
◆구조조정 없이 경제 회생 힘들다

1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노동부를 비롯한 8개 정부부처는 철강·석탄산업 구조조정 대상 근로자를 위한 종합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조기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에게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정리해고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1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감원한 기업엔 채용박람회를 열어 실직자의 재취업 활동을 지원하도록 했다. 실직자가 창업을 원하면 컨설팅 서비스, 저금리 우대 대출,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일괄 지원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방안은 원래 지난 4일 국무원이 승인했는데, 열흘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공개한 것은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문제를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작년 하반기 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지도부는 올해부터 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철강 석탄 등 공급과잉이 심각한 산업을 방치해두면 갈수록 둔화하는 실물경기를 회복세로 돌려놓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22일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중국의 철강생산 능력을 1억~1억5000만t 감축하고, 신규 철강생산 능력을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또 철강산업에서 50만명, 석탄산업에서 130만명 등 총 180만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조조정 의지 재확인한 중국

1월 인력 감축을 포함해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되자 철강업계에선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올 들어 중국 철강·석탄 기업이 밀집한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등지에서 고용불안을 느낀 근로자가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근로자들의 시위가 사회불안으로 비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중국 정부가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이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할 때는 실업을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관련, 팀 콘든 ING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해고를 포함하는 서구식의 기업 구조조정은 현재 중국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철강업계에서도 중국 정부가 한계기업 퇴출보다 기업 간 합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중국 정부가 목표로 내건 철강산업의 생산 능력 감축계획은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철강·석탄산업 실직자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은 이들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차 분명히 한 것이란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정리해고를 비롯한 실직자 대책을 마련한 것은 리 총리가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주룽지 전 총리만큼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주 전 총리는 1990년대 후반 부실 국유기업의 대대적인 퇴출 작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약 300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