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인이 18일 일본 남서부 규슈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지진으로 무너진 미쓰비시자동차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구마모토EPA연합뉴스
한 행인이 18일 일본 남서부 규슈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지진으로 무너진 미쓰비시자동차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구마모토EPA연합뉴스
일본 구마모토현의 연쇄 강진 영향으로 일본 산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다.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동을 중단하는 공장이 일본 전역으로 늘고 있다. 교통망 두절로 소매 및 외식업체도 일부 점포의 문을 닫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구마모토현 기업의 부품 공급 차질이 해외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한국 자동차와 전자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글로벌 부품·소재 공급망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을 다양화해 온 일본 산업계가 다시 시련기를 겪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보도했다.

도요타, 300억엔 이익 감소 예상

[연쇄 지진에 일본 산업피해 확산] '여진 공포'에 규슈공단 재가동 불투명…"도요타 3200억원 피해"
일본 미쓰비시UFJ증권은 구마토모현 강진으로 1분기(4~6월)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이 300억엔(약 32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도요타는 이번 지진 영향 탓에 오는 23일까지 단계적으로 일본 전역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차량 문과 엔진을 생산하는 아이신정기 구마모토 공장이 큰 피해를 보면서 부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악화 전망 탓에 이날 도요타 주가는 장중 한때 6.8% 급락했다. 혼다자동차도 최대 3800대에 이르는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업체인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미쓰비시전기, 파나소닉 등도 구마모토현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아직 재가동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소니는 인근 나가사키와 오이타현 공장은 복구해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구마모토현 공장은 돌리지 못하고 있다. 규슈 지역 내 곳곳에서 고속도로, 국도 등이 끊기면서 이온, 로손 등 유통업체와 패밀리레스토랑인 스카이락 등도 일부 점포의 문을 닫았다.

일본 산업계는 동일본 대지진 때 서플라이 체인 문제로 대규모 감산을 경험하고 지진 등 비상시를 대비해 부품·소재 조달망을 재조정했다.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구마모토 공장 재가동이 늦어질 경우 다른 공장의 대체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이 회사의 피해로 인해 일본 자동차업계가 최소 한 달 이상씩 가동을 멈췄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14일 오후 9시26분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있은 뒤 이날까지 진도 1 이상 지진이 500회 이상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심한 진동을 수반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공장 재가동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한국GM, 쌍용차도 사태 주시

한국 완성차업계도 일본 지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신정기는 한국GM과 쌍용자동차에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티바에 구마모토에서 생산하는 변속기를 탑재한다”며 “한국에 남아 있는 재고로 캡티바 생산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구마모토 공장의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에 대비해 상황을 계속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도 티볼리와 티볼리에어의 변속기로 아이신정기 제품을 쓰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 공급되는 변속기는 나고야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이번 지진으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이신에서 공급하는 다른 부품의 수급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소니의 전략적 거래처인 애플이 부품 조달 문제로 하반기 신제품 출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니는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용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세계 1위 업체다. LG전자 등도 당장은 별 피해가 없지만 소니 공장 가동 중단이 한 달 이상 길어지면 이미지센서 조달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순신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