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무시한 '프랑스식 조리법' 영상에 이탈리아 누리꾼 격분

"카르보나라에 생크림을 넣다니, 맘마미아(맙소사)!"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탈리아식 국수(파스타) 요리 '카르보나라'(Pasta Alla Carbonara)의 조리법을 두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누리꾼들 사이에 때아닌 논란이 뜨겁다.

미식으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한 뉴스 사이트가 전통 방식과 동떨어진 조리법을 선보였다가 이탈리아 누리꾼들은 물론 파스타 제조사한테까지 원성을 샀다.

1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생활정보 뉴스 사이트 '데모티바퇴르'는 지난 6일 카르보나라 조리법과 36초짜리 요리 영상을 올렸다.

'한 솥에 카르보나라 만들기'로 이름 붙여진 이 조리법에 따르면 리본 모양 파스타인 파르팔레와 다진 양파, 베이컨을 한꺼번에 냄비에 넣고 물을 부은 뒤 끓인다.

약 15분 후 재료가 익으면 생크림과 치즈 가루, 후추를 넣고 파스타와 섞는다.

이를 접시에 옮겨 담은 뒤 그 위에 날달걀 노른자를 얹고 마지막에 치즈, 파슬리를 곁들인다.

그러나 이탈리아인들은 이 조리법이 이탈리아 정통 방식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격분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음식' 중의 하나로 꼽히는 카르보나라는 전통적으로 가늘고 긴 스파게티나 속이 빈 원통 모양의 리가토니만 사용해서 만든다.

다른 재료로는 염장한 돼지고기인 판체타나 관찰레에 달걀노른자, 페코리노 치즈, 후추 정도만 들어간다.

보통은 프라이팬에 돼지고기를 볶다가 삶은 면을 넣고, 불에서 내린 뒤 아직 열기가 남았을 때 날달걀 노른자와 치즈, 막 갈아낸 후추를 더해 맛을 낸다.

그런데 이탈리아인들 눈에 이 '프랑스식 조리법'은 엉뚱한 종류의 파스타를 사용하고 '저급한' 판체타로 여겨지는 베이컨을 물에 넣어 삶는 데다 양파와 생크림까지 더한 것이다.

경악을 금치 못한 이탈리아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엉터리 카르보나라'에 대한 성토를 벌였다.

유튜브에 올라온 요리 영상의 조회 수가 삽시간에 130만건을 넘어간 가운데 누리꾼 사이에서는 "어떻게 저걸 먹어", "(프랑스인은) 개구리 뒷다리나 드시지", "생크림은 안 들어간다고!!" 같은 격렬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문제의 조리법을 '카르보나라 게이트'로 부르면서 "모나리자 가졌으면 됐잖아. 카르보나라는 내버려 둬", "프랑스 카르보나라에 묵념", "마테오 렌치 총리가 개입하라", "하느님, 저들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고 있나이다" 등 온갖 유머를 동원해 조롱했다.

급기야는 이탈리아 파스타 회사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세계적인 파스타 제조사인 바릴라는 자사 파르팔레 제품이 영상에 나온 사실을 알고는 페이스북에 "맙소사, 우리는 카르보나라의 창조적 해석에 마음을 열고 있지만 이건 너무 나갔다"고 썼다.

이 회사는 이어 정통 이탈리아식 조리법을 링크하면서 "이걸로 삶은 베이컨을 본 눈을 씻어내라"고 권했다.

가디언은 이 영상이 심지어 바릴라의 협찬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이 회사가 해당 뉴스사이트에 항의한 뒤 문제의 영상은 삭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