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7월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서 대의원들 왕처럼 지낼 것"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황금과 대리석으로 치장된 전용기에 대의원들을 태워 표심을 구애하고,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한 부유한 후원자는 전당대회 기간 대의원들에게 값비싼 만찬을 대접한다.

역시 대의원인 당 실무자들이 머무는 클리블랜드의 호텔 방 안에는 값비싼 선물로 가득한 '환영 가방'이 기다리고 있다.

후보들의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은 대의원들에게 각종 호의를 베푼다.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오는 7월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이러한 광경이 펼쳐질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예상했다.

경선 선두 주자인 트럼프가 자력으로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대의원 과반인 '매직 넘버'(1천237명)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전대 표심을 얻기 위한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의 무한 경쟁이 사실상 시작되면서다.

레이스에서 규정상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전대는 결선투표 격인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나 사실상 당 수뇌부가 최종 후보선택에 입김을 행사하는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 등으로 그 성격이 바뀐다.

그 경우 경선 레이스에서의 대의원 확보는 완전히 무효가 되며 사실상 전대 현장투표에서 승부가 갈리게 된다.

트럼프와 크루즈 후보 진영은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미 대의원 표심확 보를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트럼프 캠프 측은 "크루즈 의원이 대의원들에게 비싼 음식을 대접하거나 속임수를 써 유혹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은 바 있으며, 크루즈 측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일축하는 등 신경전은 조기 과열된 상태다.

1980년대 만들어진 전대 규칙에 따르면 대의원들은 기업이나 노조, 연방정부의 도급업자, 외국인들로부터 현금은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후보 캠프나 개인 후원자들로부터 전대가 열리는 클리블랜드행 항공료나 숙박비용 등 경비 일체를 지원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한 럭셔리한 플로리다의 골프리조트에 대의원을 묵게하고 자신이 숙박비를 내는 것도 무방하다.

각 캠프의 전대 전문가들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규정집을 뒤져 이 밖에도 후보 측이 어떤 수단을 더 동원할 수 있는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베테랑 선거비용 변호사인 브렛 케플은 WP에 "대의원 입찰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대의원들은 전대에서 왕처럼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FEC 규정은 '슈퍼팩'들이 생겨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선거자금의 '보고'인 슈퍼팩에 대한 규제가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슈퍼팩이 결국 '전대비용의 상황실'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슈퍼팩이 당 실무자 200여 명과 특정 후보에 얽매이지 않는 대의원들인 선출직 슈퍼 대의원들의 정치 성향과 취미, 가족관계 등 개인 정보를 샅샅이 뒤져 각종 가능한 로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40년 전인 1976년 공화당 '경쟁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제럴드 포드와 로널드 레이건이 백악관 오찬과 만찬 초대, 독립기념일 행사 초청, 존 웨인 등 유명 연예인과의 만남 주선 등을 앞다퉈 약속했던 것처럼 대통령 당선 후 각종 호의도 구두로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WP는 법무부가 공화당 전당대회의 과열을 우려해 의심스러운 거래 등 선거법 위반 사안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의 전대 총괄책임자인 폴 매나포트는 일요일 NBC방송에 나와 "법이 있고, 윤리가 있으며, 득표가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트럼프를 대의원들에게 노출해 그들이 트럼프의 말을 듣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캠프의 캐서린 프레지어 대변인은 "중재 전대로 갈 것을 염두에 두고 대의원 확보를 위한 조직을 이미 만들었다"고 밝혔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