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시장 주일대사 만나 히로시마 방문 요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폭 피폭지를 방문하게 하려고 일본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일본 나가사키(長崎)시장은 13일 도쿄의 주일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캐롤라인 케네디 대사를 만나 오바마 대통령의 나가사키 방문을 요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나가사키가 최후의 피폭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를 나가사키에서 전 세계에 보여주면 좋겠다"는 내용을 담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도 전했다.

다우에 시장은 면담을 마친 후 "피폭지 방문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종래보다는 전진"이라며 "히로시마(廣島)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으나 나가사키에도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사는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조정하는 중이며 (피폭지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우에 시장은 최근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미국대사관 관계자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나가사키 방문을 요청하는 문서를 전하기도 했다.

그가 미국 대사관을 직접 찾아간 것은 최근 G7 외교장관이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까지 피폭지로 히로시마를 선택하면 역시 피폭지인 나가사키는 배제되는 듯한 인상을 받을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내건 '핵 없는 세상'의 중요성을 "최초로 핵무기에 희생된 히로시마만큼 강력하게 상징하는 도시는 없다"며 피폭지 방문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외무상이 작년에 미국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호소한 것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정상이 피폭지를 방문해 원폭의 참혹한 결과를 체감할 필요가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