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는 국방협력, 필리핀과는 미군주둔 논의…대중국 포위망 강화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9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아시아 순방일정에서 중국을 제외했다.

특히 카터 장관은 중국과 군사적으로 갈등관계에 놓인 인도와 필리핀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어서 미·중 관계에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카터 장관은 9일부터 인도와 필리핀을 차례로 방문하고 이어 중동으로 건너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미국 국방부가 8일 발표했다.

카터 장관의 인도와 필리핀 방문은 중동과 유럽 등지로 분산된 미국의 안보와 경제자산을 아시아로 되돌린다는 개념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카터 장관은 그러나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중국을 포함시키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카터 장관은 지난해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창완취완 중국 국방부장과 회동했을 당시 중국 방문을 요청받고 이를 수락했으며, 이후 양측은 올 봄을 목표로 방중 계획을 협의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중국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이번 방중 계획이 취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긴장 속에서 카터 장관이 예정됐던 방중 일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카터 장관은 공개로 방중 요청을 수락하고 이번 기회에 방문할 계획이었다"며 "그러나 몇 주 전에 중국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방중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소개했다.

카터 장관이 이번에 방문하는 인도와 아시아는 모두 중국과 군사적으로 갈등관계에 놓여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인도는 국경문제와 대(對) 파키스탄 관계, 지역 패권문제로 인해 중국과 전통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으며,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 구축에 있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카터 장관은 이번 인도 방문에서 양자 간 국방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국으로서 중국과 외교·군사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카터 장관은 필리핀 방문에서 양국 합동군사훈련을 참관하고 199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군을 필리핀에 주둔하는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카터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의 이행이라는 외견상의 명분을 띠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대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그러잖아도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미·중 관계가 상황에 따라 더 냉랭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말 워싱턴D.C.에서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자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는 뚜렷한 대립각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