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주요 승부처인 오는 19일 뉴욕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 비방전이 격화하면서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벌이는 정제되지 않은 설전이 자칫 공화당처럼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두 후보가 언론 인터뷰나 유세 때 쏟아내는 말이 당내에서 위험수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갈등은 클린턴 전 장관이 먼저 제기한 대통령 자격론을 계기로 고조됐다.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의원의 대통령 자격이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자 샌더스 의원은 자격이 없는 이는 클린턴 전 장관이라고 반발했다.

샌더스 의원은 외곽 후원조직인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한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정치자금 모금, 이라크전 찬성, 월스트리트와의 친분, 자유무역협정 지지 등 클린턴 전 장관의 전력을 꼽아가며 자격 시비에 불을 지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샌더스 의원이 공부가 덜된 것 같다거나 이해력이 모자란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면서 샌더스 의원에게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얘기까지 한 적은 없다며 "어리석은 말을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민주당원들은 샌더스 의원이 승패와 관계없이 경선을 완주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런 공방이 오래 지속할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이 결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확신하는 지지자들은 공화당 후보와 맞붙을 본선을 내다보며 더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클레이 맥캐스킬(민주·미주리) 상원의원은 "샌더스 의원이 몇 가지 정책을 두고 클린턴 전 장관에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공방을 요약했다.

맥캐스킬 의원은 "그래도 정책 논쟁에만 집중하고 대통령 자격 1등이 누군지, 단순한 부적격자는 누군지 따지는 얘기는 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심히 우려된다"며 "샌더스 의원이 말하는 것들이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을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이번 논쟁을 더 나은 경선을 위한 진통이라며 샌더스 의원에게 동감하는 이도 있다.

바버라 로턴 전 위스콘신 주 부지사는 "험난한 뉴욕 정치의 좌절과 당혹감이 노출된 것"이라며 "두 후보가 이런 좌절과 당혹을 딛고 원래 지니던 위엄을 되찾을 것이며 상황이 더 자랑스러워할 수준으로 나아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의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대다수가 샌더스 의원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해리 리드(네바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샌더스 의원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샌더스 의원은 유세 때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랑스러워 하곤 했는데 이번에 한 일은 일종의 네거티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집계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1천298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샌더스 의원(1천79명)에게 219명 차로 앞서고 있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자유롭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슈퍼대의원들 사이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의원에게 469명 대 31명으로 크게 앞서고 있다.

그 때문에 전체 대의원을 따지면 클린턴 전 장관의 우세는 1천767명 대 1천110명, 무려 657명 차로 따라잡을 수 없을 수준까지 커진다.

다른 한편에서 펼쳐지는 공화당 경선은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상대 배우자에게까지 인신공격을 가하는 막장 드라마같은 비방전을 펼쳐 적잖은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