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엔화 가치 떨어뜨릴 수단 한정돼"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일본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자본시장에 개입했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가 2014년 10월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하자 일본은행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더 떨어지고 있다.

연초에 달러당 120엔 안팎에서 출발한 엔화 가치는 2월에 가파르게 상승했다가 3월에는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4월에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7일 한때 108엔선이 깨지기도 했다.

공격적인 통화정책, 특히 마이너스 금리는 일반적으로 통화를 절하하고 그 결과 수입품 가격을 올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인식됐다.

낮은 대출금리와 통화 가치는 국내 수요를 진작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주요 수단이다.

엔화의 대폭 절하도 수출과 기업 이익을 증가시켜 일본 경제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의 가장 효과적인 채널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안전자산인 엔화는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자 엔화는 유로화 가치와 함께 더 올랐다.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11% 올랐으며 최근 수년 사이 저점인 지난해 6월보다는 16.8% 상승했다.

1일 발표된 일본은행의 1분기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2016 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의 평균 환율을 달러당 117.46엔으로 예상했다.

이는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이익과 투자가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 상공회의소 회장은 110∼115엔 범위가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재무성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자주 개입했다.

하지만 일본은 5월에 열리는 주요 7개국(G7) 회의의 의장국이라 엔화 하락을 위한 조처를 내놓기 쉽지 않다고 FT는 전했다.

G7 정상회의를 외교전략에서 중요하게 삼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도 "외환시장에 임의로 개입하는 것은 자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인 아다치 마사미치는 "숫자만 본다면 일본은행이 4월 말에 움직일 이유가 충분하다"면서도 "하지만 국내외의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은행은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G7 회의와 함께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정치적 반발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한편 배런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7일 엔화가 올해 100엔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재강조했다.

이 투자은행은 일본은행이 엔화 강세 리스크를 막아낼 수단이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은 글로벌 여건이 개선될 때까지는 마이너스 금리도 엔화를 떨어뜨리지 못하리라 전망한 바 있다.

엔화에 대한 예측에 강점을 보여온 스위스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은 105엔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이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