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동 성학대 수사에서 법원 명령 받아 첫 수사 협조

테러범 아이폰의 잠금해제를 둘러싸고 최근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첨예하게 대립한 애플이 과거에는 수사당국에 큰 저항 없이 협조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법무부 자료를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이 법원 명령을 통해 FBI의 수사에 처음 협조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시절이다.

뉴욕주 워터타운 젊은 부부의 아동 성학대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체포된 부부가 아이를 위탁가정에 맡기면서 전달한 기저귀 가방에서 부부의 아이폰을 발견했다.

수사당국은 영장을 신청하기에 앞서 애플과 논의했고, 애플은 고객 암호를 풀 근거로 법원 명령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검찰이 법원에 명령을 신청할 때 서류 작성을 돕기까지 했다.

치안판사는 곧 '모든 영장법'을 근거로 애플에 협조 명령을 내렸고, 당국으로부터 아이폰을 건네 받은 애플 기술자들은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수사관이 보는 앞에서 암호를 우회해 잠금을 해제했다.

부부가 범행과 관련해 나눈 대화 등 아이폰 속에서 확보한 증거에 힘입어 부부는 2010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그간 수사당국이 모든 영장법을 근거로 기업에 기술 협조를 받는 일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당시 법원 명령과 애플의 명령 이행이 전혀 대단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WSJ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애플은 수사당국의 요청에 따라 70개 이상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도왔다.

그러나 2013년 전직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이후 애플 등 기술기업들이 보안 강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플은 2014년 고위층의 결정으로 아이폰의 암호화를 강화해 회사조차도 암호화를 해제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WSJ는 설명했다.

보안 강화로 인해 회사도 별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보안에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 애플 등 기업들의 주장이다.

FBI의 자체 잠금해제 성공으로 종결된 샌버너디노 테러범 아이폰 사례 외에도 애플은 최근 법무부의 잠금해제 요청 십여 건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