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와 ACT 시험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미국 대학 가운데 SAT(대학입학자격시험)나 ACT(대학입학학력고사)의 점수를 입학 사정에서 '필수사항'으로 요구하는 학교가 줄어들면서, 두 시험의 주관단체는 고교 학력평가시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까지 두 시험의 점수를 입학 사정에서 '선택사항'으로 변경한 대학은 미국 전역에서 12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훌륭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에 고교 내신이 더 비중 있게 받아들여지면서 갈수록 SAT·ACT 시험 점수는 대학에서 외면 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설 자리가 좁아진 SAT·ACT 시험은 고교생들이 졸업 전 학업성취도 측정을 위해 필수적으로 치르는 학력평가시험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공통핵심기준(Common Core)'을 도입해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일정 수준의 언어, 수리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필수는 아니지만, 각 주(州)는 '스마터 밸런스드(Smarter Balanced), '대학평가준비평가시험(PARCC)' 등의 시험을 최근 몇 년 사이에 따로 도입해 고교생의 성취도를 평가하고 있다.

일종의 '졸업시험' 격이다.

이런 시험을 고안하고 시행하는 데에는 연방 정부의 재정이 투입됐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험 부담이 과중하다며 이런 새 시험을 거부하는 등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역풍'이 거세자 일부 주의 교육당국은 이 시험을 재빠르게 SAT나 ACT로 대체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1월 델라웨어 주가 고교 학력평가시험을 '스마터 밸런스드' 대신에 SAT로 대체했고, 몬태나 주도 모든 학생이 졸업 전 '스마터 밸런스드' 대신에 ACT를 치르도록 했다.

콜로라도 주도 PARCC 시험 대신 모든 고교생이 SAT 시험을 보도록 했다.

코네티컷, 미시간, 일리노이, 테네시, 플로리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학생들로서는 연방 정부가 요구하는 고교 학력평가시험과 대학 입시에서도 통용되는 시험을 한꺼번에 치르는 셈이 된다.

SAT와 ACT도 고교로의 영역 확장에 적극적이다.

민간 분야의 한 입시 관계자는 "입시 기업들이 마치 땅따먹기 경쟁을 벌이는 듯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주 정부 차원에서 특정 시험을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경쟁을 '골드러시'에 비유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