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ed 금리인상에 신중…달러화 1월말부터 급락세
신흥국 채권펀드 돈 몰려…통화가치도 상승세 반전
"7월 금리인상 가능성 40%"…당분간 약달러 이어질 듯
[약세로 돌아선 달러] "강달러라는 해가 지고 있다"…투자자들 신흥국 위험자산에 베팅

2014년 7월 이후 1년 반 넘게 이어진 ‘달러 랠리(달러화 가치 상승)’가 끝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다시 정책의 가닥을 잡자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분기에만 4% 하락한 달러화

지난해 말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환투자 전략의 기본은 ‘강(强)달러’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달러화의 투자수익률을 4~6%로 예상하고 미국 주식과 함께 달러 매입을 ‘강력추천’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 것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14년 6월 말 79.8에서 지난해 12월 말 98.7까지 23% 급등했다. 골드만삭스 등은 올해 달러와 유로화 가치가 1 대 1로 가는 ‘패리티(등가)’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연초 반짝 상승한 달러화는 지난 1월 말부터 급락세로 돌아섰다. 달러인덱스는 1분기에 4.2% 떨어진 94.5까지 밀리며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약세는 Fed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들이 예상하는 올해 금리 인상 횟수는 당초 네 번에서 두 번으로 줄었다. 지난달 29일 재닛 옐런 Fed 의장이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한 것도 기폭제가 됐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의 키트 주크스 외환전략 글로벌 대표는 옐런 의장 연설에 대해 “달러 강세라는 해가 지고 있다는 신호였다”고 말했다.

앞서 Fe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4%에서 2.2%로 낮췄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1분기 경제성장률을 0.7%로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1.4%의 절반에 불과한 예상치다.

‘약(弱)달러’로 돌아선 투자자들

Fed의 금리정책 변화를 감지한 투자자들은 재빨리 투자방향을 틀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를 인용해 달러화 약세를 예상하는 투자자 비중이 2014년 5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달러 강세로 유동성 위기(미국으로 급속한 달러 유출)를 우려했던 신흥국들은 안도하고 있다. 신흥국 채권펀드에 유입되는 투자금은 지난 2월 말부터 6주 연속 증가세(주간 기준)를 유지하면서 2014년 3분기 이후 최장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달러 약세는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국제 유가를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끌어올리는 요인도 됐다. 시장조사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신흥시장 환율지수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등 일부 중남미 신흥국의 통화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달러화 후퇴기조가 유럽과 일본 등 가뜩이나 취약한 선진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부작용을 지적했다. 일본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확대와 마이너스 금리정책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약세 탓에 수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최대 변수는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들은 4월 인상 확률을 5%로 예상했지만 6월과 7월 인상 가능성은 각각 26%와 40%로 전망했다. 9월 인상 확률은 50%로 높아졌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