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핵무장론 말 뒤집기' 등을 부적격 사유로 거론

미국 공화당의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에 비판적이었던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신문은 최근 약 2주 동안 트럼프가 한 말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할지에 대해 잇따라 말을 뒤집고 낙태 여성을 처벌할지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트럼프가 중요한 사안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신문은 '트럼프가 증오와 공포를 부채질한다'거나 '공화당에서 트럼프가 대선후보 자리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트럼프 비판 사설을 여러 번 실었지만,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Unfit for the White House)는 제목의 사설로 트럼프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WP는 "공화당 지도부에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일이 긴급할 뿐 아니라 전보다 쉬워졌다"며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배제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WP의 사설은 위스콘신 주 대선 후보 경선을 이틀 앞두고 나왔다.

위스콘신 주에 배정된 공화당 대의원 수는 42명에 그치지만, 경선 1위 주자가 42명 모두를 얻는 '승자독식제'가 적용되는 만큼, 만일 2위인 테드 크루즈 의원이 이기면 트럼프와의 격차를 상당히 좁힐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위스콘신 주 경선은 의미 있는 승부처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 CNN 주최 간담회에서 트럼프는 "미국에 더는 재정 여력이 없는 만큼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스스로 방어능력을 키우거나, 아니면 미국에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가, 진행자가 발언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하자 곧바로 말을 바꿨다.

그러나 트럼프는 전날에도 위스콘신 주에서 연설하며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일본 사이에 무력충돌이 벌어지더라도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한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라거나 "우리는 국가부채가 19조 달러(약 2경2천조 원)이고 곧 21조 달러가 되려는 상황에서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며 한반도 또는 주변에서의 안보 사안에 개입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