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막말' 쏟아내는 트럼프…멘토는 조지 슐츠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주한 미군 철수’ 등 집권 후 추진할 외교·안보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동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언 진의뿐 아니라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 편집진과의 면담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 주장과 관련, “한국 정부는 매년 주둔비의 50%를 부담한다”는 반박이 제기되자 “그럼 왜 100%는 안 되느냐”고 되물었다. 25일 뉴욕타임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선 “한국은 부자나라다. 방위비 분담을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핵 개발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게 해야 한다”는 등 미국의 기존 아시아 외교정책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존경”

외교·안보 '막말' 쏟아내는 트럼프…멘토는 조지 슐츠
워싱턴 소식통과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외교정책분야 멘토로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사진)을 꼽는다. 슐츠 전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1982~1989년)을 지냈다.

현재 후버연구소 고문인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미국이 개입하는 국제분쟁과 관련,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은 뒷짐만 진 가운데 미국만 엄청난 부담을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냉전시절 옛소련과 대치한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국 외교를 이끌던 그는 동맹국과의 비용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WP 편집인에게 “슐츠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외교전문가”라며 “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캠프에서 정책공약을 총괄하는 샘 글로비스 정책자문위원과도 외교정책 등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단 면면은 전문성 떨어져

트럼프는 지난주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9명의 외교·안보자문단을 공개했다. 미국 언론은 “자문단에 미국의 전체적 외교전략을 조망할 인물이 없다”고 평가했다. 자문단 9명 중 7명은 에너지업계와 군 전투병과 출신이어서 외교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션스 의원이 미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사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핵무기 관련정책에 관여하고 있고, 월리드 파레스 미 국방대 교수가 테러대책 전문가로 이름을 올린 정도다. 세션스 의원의 지역구는 현대·기아자동차 미국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로, 한국 문제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스 의원실 측 관계자는 “한국인이 트럼프의 주한미군 철수 발언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잘 안다”며 “외교분야 정책은 앞으로 더 많은 토론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캠프가 자문단을 급조한 느낌”이라며 “그의 외교정책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오는 게 많아 경선을 거치면서 방향과 내용이 다듬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박종서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