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폭탄 벨트는 휴대폰 케이스를 천으로 묶은 것

이집트항공 여객기를 공중 납치한 범인과 활짝 웃으며 '인증샷'을 찍은 대담한 인질의 사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29일(현지시간) 사진 속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남은 인질인 영국인 벤 이네스(26)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네스는 "승무원에 통역을 요청해 함께 셀피를 찍을 수 있는지 물었고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좋다고 답해서 그 옆에 서서 카메라를 보고 웃었다"며 "내 인생 최고의 셀피"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역경을 맞은 상황에서 활기를 잃지 않으려고 과감하게 행동했다"며 "폭탄이 진짜더라도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가까이서 보니 폭탄이 가짜 같았다며 "내 자리로 돌아가 다음 행동 계획을 세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벤의 한 친구는 "전혀 놀라울 것 없는 일"이라며 "벤은 제멋대로인 면이 있고, 그런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납치 소동을 벌인 이집트인 세이프 엘딘 무스타파(59)가 허리에 차고 있던 폭탄 벨트는 휴대폰 케이스를 천으로 연결해 묶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어떤 폭발 물질도 들어있지 않았다.

키프로스 일간지 키프로스메일은 이집트항공 승무원이 대치 당시 키프로스 당국의 대응에 불만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한 승무원은 납치범이 유럽연합(EU) 당국자를 불러 달라고 요구했을 때 "우리는 아무나 정장을 입혀 보내달라. 진짜 EU 당국자가 아니어도 된다"고 키프로스 당국에 말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 승무원은 또 범인이 터키 이스탄불로 가겠다며 급유차를 요구해 당국자들에게 도망갈 수 있도록 무장 요원이라도 태워 보내달라고 했지만 다시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부기장은 납치범을 안정시키려다 소용이 없자 조종실로 돌아가 창문을 깨고 도망쳤으며, 이에 납치범은 모든 요구가 성사될 가능성이 없음을 깨닫고 마지막 남은 인질 2명을 풀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수도 카이로로 향하던 이집트항공 국내선 여객기를 납치해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에 착륙시키고 망명 등을 요구한 무스타파는 1994년까지 키프로스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스타파는 전처에 편지를 전해달라고 요구했다가 뜬금없이 망명하겠다며 EU 당국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보였다.

한편, 키프로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기로 한 일부를 제외한 승객 55명과 승무원 8명은 특별기편으로 카이로로 무사히 돌아갔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