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블랙박스 해독 근거 보도…"조종방식 두고 기장·부기장 다퉈"

이달 중순 러시아 남부 도시에서 추락한 두바이 항공사 '플라이두바이' 소속 보잉 여객기 사고 원인이 조종사 실수 때문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러시아 언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사고 조사 관계자를 인용해 블랙박스의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음성녹음장치 등을 해독한 결과 추락 직전 위기 상황에서 기장과 부기장이 조종 방식을 두고 서로 논쟁을 벌이면서 서로 상반되는 방향으로 조종을 시도하면서 여객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추정돼 오던 악천후가 사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결정적으로는 악천후나 기체 고장이 아니라 조종사들의 실수가 사고를 불렀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여객기 조종사들은 사고 당일인 지난 19일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강한 바람이 자동착륙장치 작동을 어렵게 해 두 번째 착륙에 실패하고 수동조종으로 바꿔 재착륙을 시도하기로 결정하고 기체의 고도를 높이기로 했다.

활주로 약 6km 전, 고도 270m 지점이었다.

한 조종사가 재상승·선회 비행을 지시하는 'TOGA'(Take off. Go around) 단추를 누르면서 자동착륙장치를 끄고 수동 조종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바로 뒤이어 이 조종사가 결정적 실수를 했다.

보잉 737기의 시스템 전환 특성상 자동조종시스템에서 수동조종시스템으로 전환한 뒤 고도를 높이기 위해선 조종간을 서서히 잡아당겨야 하는데 조종사가 급한 마음에 갑자기 조종간을 끌어당겼고 이에 여객기 기수가 갑자기 치켜세워지면서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이때 두 조종사 간에 논쟁이 일어났다.

한 조종사는 계속해 기수를 높이면서 엔진을 가속시켜 속도를 내려 했고 다른 조종사는 먼저 기수부터 낮추라고 요구했다.

기수를 낮추려던 조종사는 높이려는 조종사에게 '멈춰. 어디로 가냐? 멈춰, 멈춰'라고 소리치며 자신이 잡고 있던 두번째 조종간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두 조종간에서 서로 다른 명령이 전달되면서 기내 컴퓨터는 조종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이같은 실수를 깨달은 두 조종사가 정신을 차리고 조율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기체가 지면과 45도 각도를 유지하며 시속 325km의 속도로 내리꽂히고 있었다.

충돌 직전 몇초 동안 두 조종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공포와 절망감에 소리를 지르는 것 뿐이었다.

기장과 부기장 가운데 누가 기수를 급격히 높이는 결정적 실수를 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일부 전문가들은 강한 기온 강하로 조종간이 얼어붙어 조종사들이 여객기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렸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었다.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 미국 전무가들까지 참여하고 있는 사고조사위원회는 블랙박스에 대한 추가 분석을 마친 뒤 사고원인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항공사 '플라이두바이'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는 지난 19일 오전 3시40분(한국시간 오전 9시40분)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 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 승객 55명과 승무원 7명 등 62명 전원이 사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