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행사 기독교도 겨냥…파키스탄탈레반 강경파 "우리 소행"
사망자 대부분 어린이·여성…중상자 많아 사망자 증가 우려

파키스탄 북동부 펀자브주(州) 주도인 라호르의 한 어린이공원에서 27일(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가 벌어져 최소한 72명이 숨지고 약 300명이 부상했다.

파키스탄 일간 익스프레스트리뷴 인터넷판 등에 따르면 테러범 1명이 이날 오후 6시 40분께 라호르 도심 굴샨-에-이크발 공원 출입구 앞에서 자폭했다.

출입구와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어린이들이 타는 그네가 있었다.

펀자브 주 구호 당국은 최소 72명이 사망했다며,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은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자폭테러범의 시신 일부를 발견했으며 폭탄에 사용된 볼 베어링도 찾았다.

공원 맞은편에 사는 자베드 알리(35)는 강력한 폭발로 공원과 다소 거리가 있는 자신의 집 창문도 깨질 정도였다며 "모든 것이 흔들렸고 사방이 먼지로 자욱한 채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폭발 이후 구급차 20여 대가 출동했지만, 대규모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함에 따라 많은 부상자가 택시나 삼륜차(오토릭샤)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펀자브 주당국은 시민에게 헌혈을 촉구했으며, 병원에는 헌혈하려는 시민이 대거 몰렸다.

굴샨-에-이크발 공원은 어린이들이 탈 놀이기구가 많아 평소에도 많은 주민이 자녀와 함께 나들이 장소로 찾는 곳이다.

이날은 특히 부활절을 맞아 기독교도들이 행사를 열어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파키스탄탈레반(TTP)의 강경 분파인 자마툴아흐랄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자처했다.

이 조직의 대변인 에흐사눌라 에흐산은 "우리는 부활절 행사를 하던 기독교도를 공격했다"며 "우리가 라호르에 입성했다는 소식도 나와즈 샤리프 총리에게 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자마툴아흐랄은 지난 7일에도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 주의 차르사다 지역 법원에서 자폭 테러를 저질러 1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샤리프 총리는 "무고한 생명이 숨진 데 대해 비통함과 슬픔"을 나타냈다.

아심 바지와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무고한 형제·자매와 어린이들을 살해한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며 "이같은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가 우리의 삶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펀자브 주당국은 비상사태와 사흘간의 공식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파키스탄 전국 사립학교 연맹은 28일 하루 학교를 휴교하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비겁한" 테러를 규탄하며 파키스탄 당국과 테러 척결에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총리실도 성명을 내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샤리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하고 테러 대응에 협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교황청은 이번 테러가 "기독교 소수자를 겨냥한 광신적 폭력"이라며 비난했다.

앞서 샤리프 총리는 지난 2일 파키스탄 유일의 기독교도 장관인 캄란 마이클 해운항만부 장관과 사르다르 유수프 종교부 장관을 바티칸에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국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으며 교황도 이를 수락한 바 있다.

파키스탄은 1억9천700만 인구의 97%가 이슬람교도이며, 기독교 신자는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하여 전체 인구의 1.6% 정도로 알려졌다.

(뉴델리·서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김준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