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공항 자폭테러범, 라크라위로 확인…최소 4명이 가담
AFP "공항·지하철역서 자폭한 형제는 전형적인 범죄자"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자폭 공격을 한 두 번째 범인이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의 폭탄 제조범으로 확인됐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그를 포함해 최소 4명이 브뤼셀 테러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보고 살아서 달아난 '제4의 범인'을 쫓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브뤼셀 자벤텀 공항 폭발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들에서 채취한 DNA 일부가 나짐 라크라위(24)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라크라위는 파리 테러 때 사용된 폭탄 조끼를 만든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근 벨기에 당국이 파리 테러의 마지막 주범 살라 압데슬람(26)을 체포한 뒤 그를 공개 수배해왔다.

벨기에 경찰이 급습한 브뤼셀의 아파트에서 발견된 폭탄 조끼에서도 전부 그의 DNA가 검출된 바 있다.

'수피아네 카얄'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졌던 라크라위는 모로코 태생으로 유럽 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으로 꼽히는 벨기에 몰렌베이크와 인접한 스하르베이크에서 자랐다.

라크라위가 다닌 이 지역 고교 관계자는 AFP 통신에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학교 웹사이트에는 그가 전자공학을 공부했다고 적혀 있다.

지난 2013년 9월 시리아로 가 '아부 이드리스'라는 가명으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위해 전투에 참가한 뒤 지난 9월 압데슬람과 함께 유럽으로 돌아왔다.

앞서 자폭테러범으로 확인된 벨기에 국적 이브라힘(29)·칼리드(27) 엘바크라위 형제를 합쳐 지난 22일 브뤼셀 테러에 직접 가담했다가 숨진 범인은 모두 3명으로 집계됐다.

이브라힘은 라크라위와 함께 자벤텀 공항에서, 칼리드는 유럽연합(EU) 본부와 인접한 브뤼셀 시내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각각 폭탄을 터뜨려 모두 3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엘바크라위 형제는 경찰 총격, 강도, 자동차 절도 등의 온갖 범죄를 저질러 형은 징역 9년형, 동생은 5년형을 각각 선고받은 적이 있는 '전형적인 브뤼셀 불량배'라고 AFP가 전했다.

특히 파리 테러의 폭탄 제조범인 라크라위와 당시 테러범들의 은신처를 가명으로 빌려준 칼리드가 이번 브뤼셀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 테러 사건이 IS 내 같은 조직의 소행이라는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벨기에 경찰은 자벤텀 공항 CCTV에 찍힌 3명 중 현장에서 사망한 라크라위와 이브라힘을 제외한 나머지 1명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제4의 범인'은 공항에서 테러를 시도하다가 폭탄이 터지지 않자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이번 테러에 연루된 다른 테러리스트나 공범이 있는지도 수사 중이다.

벨기에 대테러기구 수장인 페울 반 틱켈트는 AP에 이번 테러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다수의 인물이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며 추가 공격의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