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 돌보기 단계에서 수컷 성욕 없애는 화학물질 발산
독일 연구진 " 송장벌레 부부는 매우 현대적 가족"

암·수컷이 함께 유충을 돌보는 것으로 진화생물학계에서 이미 유명해진 송장벌레의 '공동육아'는 암컷이 줄기차게 번식행위를 바라는 수컷을 진정시키고 육아에 동참시키는 독특한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울름대학 연구진은 송장벌레 400쌍을 3년간 관찰 연구한 결과 알을 낳은 '엄마' 송장벌레는 난자 생산을 멈추고 성욕을 죽이는 기능을 하는 화학물질로 '아빠' 송장벌레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을 알아냈다고 뉴욕타임스가 23일 전했다.

이 연구 결과는 22일(현지시간) 발간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수컷이 더듬이로 이 신호를 감지하면, 부부는 종족보존의 제1원칙, 즉 '아이 먼저' 행태로 바뀌어 유충 보육에 전념하게 된다.

산란 3일 후 유충이 뒤뚱뒤뚱 걷고 스스로 먹을 정도로 자라게 되면 송장벌레 부부는 그제야 다시 평상시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
송장벌레와 달리 대부분의 곤충은 알을 낳고는 버려둔다.

꿀벌과 개미는 유충들을 돌보지만 암컷의 몫이다.

이런 점 때문에 "송장벌레들은 매우 현대적인 가족"이라고 수석 연구원인 잔드라 슈타이거 생물학 조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대의 마를린 저크 교수는 "송장벌레들이 매우 쿨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산모는 출산 후 "탈진 상태인데 수컷 배우자는 자꾸 달려들고, 밤중에 몇 번이고 깨서 아기를 먹여야 하는" 인간 부부관계에 비해서도 송장벌레는 훌륭하게 "섹스와 보육간의 조화" 를 이루고 있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수컷 송장벌레는 암컷이 약 20시간에 걸쳐 알을 낳는 동안에도 생식행위를 할 정도로 광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혹시 다른 수컷이 산란 중인 암컷에게 접근해 자손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알을 낳은 지 60시간이 지나면 알이 유충으로 변하는데, 그때 송장벌레 부부는 갑자기 번식행위를 멈추고 각자 먹이를 먹어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 유충에게 먹인다.

송장벌레는 쥐 같은 작은 동물의 시체를 땅속에 묻고 그것을 먹이와 보육실로 삼기 때문에 그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