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백인 표심 안고 유타·아이다호 승리…힐러리 애리조나로 수성
크루즈, 트럼프 안정적 독주 흐름 제동…'루비오 표' 흡수 주목


미국 대선 경선판이 22일(현지시간) '서부의 결투'를 거치며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대세를 이어가는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지만, 각각 2위 주자들의 예기치 못한 반격으로 전체적인 승부를 조기에 결론을 짓기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특히 '유타의 이변'은 민주당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공화당 경선에 더 큰 함의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테드 크루즈가 트럼프의 독주에 의미 있는 제동을 걸면서 트럼프에 맞서는 당 단일 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크루즈가 얼마 전 중도 하차한 주류 후보인 마르코 루비오에게 쏠렸던 표를 일정 부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공화당 경선은 차기 승부처인 다음 달 5일 위스콘신 경선을 향하며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유타·아이다호 '백인 표심' 샌더스로…힐러리 애리조나로 수성
이날 민주당 경선의 확실한 승자는 샌더스였다.

클린턴이 최대 승부처(대의원 85명)인 애리조나를 가져갔지만, 유타주(37명)와 아이다호(27명) 2개 주는 샌더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특히 두 곳 모두에서 샌더스는 7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세론을 타고 조기에 판을 확정 지으려던 클린턴의 전략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물론 클린턴이 샌더스보다 배 이상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 현 구도에는 큰 변함이 없다.

클린턴의 누적 대의원은 슈퍼대의원을 포함해 1천711명으로 늘어 '매직넘버'(2천383명)의 71.8%에 이르렀다.

샌더스는 비록 두 곳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누적 대의원이 93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클린턴이 유타와 아이다호에서 참패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미국 유권자의 주류인 백인들의 표심을 붙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타와 아이다호는 백인 유권자의 비중이 90%를 훌쩍 넘는 전형적인 '화이트 스테이트'(white state)로 꼽힌다.

클린턴이 애리조나에서 그나마 '수성'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지지층인 비(非) 백인 소수인종 덕분이었다.

본선을 겨냥해 지역과 인종, 세대 전체로 표를 확장해나가려는 클린턴에게는 선거전략을 재점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안정적 독주' 제동 걸려…'단일화 논의' 급부상
공화당 경선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크루즈가 유타 주를 낚은 것이다.

그것도 절반을 훌쩍 넘긴 득표율을 올려 대의원 40명 모두를 가져갔다.

가장 많은 대의원을 가진 애리조나(58명)주는 트럼프가 가져갔지만, 유타 주 승리는 트럼프의 안정적 독주 흐름에 제동을 걸면서 크루즈의 세를 결집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크루즈가 유타 주에서 승리한 데에는 독특한 변수가 작용했다.

트럼프를 부정적으로 보는 모르몬교 세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크루즈가 과반의 득표를 기록한 것은 자체적인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특히 크루즈가 '루비오 표'를 일정 부분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비오가 지난 15일 플로리다 경선에서 참패한 뒤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그를 지지하던 주류 유권자의 표 일부가 크루즈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크루즈로서는 이번 경선을 계기로 트럼프와의 일 대 일 맞대결 구도를 만들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유일하게 남은 주류 후보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도 유타에서 2위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선전하기는 했으나, 기세 자체는 분명히 꺾였다고 볼 수 있다.

크루즈는 앞으로 트럼프의 지지율을 40%대로 묶어놓으면서 케이식의 양보를 받아낸다면 강력한 '단일화 효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상 크루즈가 트럼프의 대세를 꺾어놓는 것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과제다.

트럼프는 승자독식제가 적용된 애리조나에서 대의원 58명을 모두 가져감으로써 74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매직넘버(1천237명)의 59.9%에 이르는 수준이다.

461명을 확보한 크루즈와는 격차가 분명하다.

현재로써는 최대한 빨리 단일화를 성사시키느냐가 관건이지만, 트럼프의 기대대로 당 주류가 움직여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강경 티파티 운동을 주도하는 비주류 대표인 크루즈를 지원한다는 자체가 당 주류로서는 내켜 하지 않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식 주지사가 크루즈로의 단일화에 응할지도 불투명하다.

차기 승부처인 다음 달로 예정된 위스콘신(42명)과 뉴욕(95명) 경선을 앞두고 크루즈를 중심으로 하는 반(反) 트럼프 후보 단일화 논의가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