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출국장서 총격…아랍어 음성 들린 직후 두 차례 폭발"…검찰, 자폭테러 규정
EU 본부 인근 지하철역서 폭발…파리테러 주범 체포 나흘 만에 '보복테러' 가능성
주벨기에 한국대사관 "교민 피해 아직 파악 안 돼"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공항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하고 브뤼셀 시내 지하철역에서 폭발이 일어나 30여 명이 사망하고 200명이 넘게 다쳤다.

벨기에 연방 검찰은 브뤼셀 공항 폭발이 자살폭탄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항 폭발의 원인이 자살폭탄으로 드러남에 따라 최근 벨기에 당국이 파리 테러의 주범인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조직원 살라 압데슬람을 체포한 데 대한 '보복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께 브뤼셀 자벤텀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두 차례의 커다란 폭발음이 울리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방 마이외르 브뤼셀 시장은 브뤼셀 지하철 폭탄 공격으로 20명가량이 숨지고 10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또 현지 소방당국 대변인은 AFP통신에 공항 자폭 테러로 14명이 목숨을 잃었고 96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번 테러로 34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했다.

폭발 직전에 공항 출국장에서 총성이 울리고 아랍어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벨기에 벨가 통신은 보도했다.

벨기에 공영 VRT 방송은 최소 1명이 자폭테러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이 중 최소 1번의 폭발은 미국 아메리칸항공 체크인 구역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러시아워'에 공항을 찾은 공항이용객 수백 명이 폭발 직후 공포에 질려 도망쳐 나오고, 피를 흘린 채 치료를 받는 등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폭발로 공항 내부 유리창이 산산이 깨지고 천장 타일이 바닥에 떨어진 장면도 공개됐다.

벨기에 RTBF 방송은 목격자를 인용해 출국장에는 부상자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공항에서는 폭탄 벨트와 자동소총 등이 발견됐으며 군 폭발물 처리반이 공항에서 수상한 상자를 발견해 폭발시켰다고 현지 민영 VTM 방송이 보도했다.

공항으로 통하는 철도 운행이 모두 중단됐고, 폭발 후 모든 항공기의 브뤼셀 공항 이착륙이 중단됐다.

유럽항공관제기구인 유로콘트롤은 브뤼셀 공항을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전면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브뤼셀 공항 폭발 이후 인근 국가인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도 공항 경계를 강화했다.

공항 폭발 직후 브뤼셀 시내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도 폭발이 발생해 20명가량이 숨졌다.

마이외르 브뤼셀 시장은 이날 브뤼셀 지하철 폭탄 공격으로 20명가량이 사망하고 106명이 부상했다면서 부상자 가운데 23명은 중상이라고 말했다.

말베이크역은 유럽연합(EU) 본부 부근에 위치한 지하철역이다.

앞서 말베이크역 인근 슈만역과 쿤스트 역에서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VRT 방송이 전했다.

이날 연쇄 폭발은 지난해 11월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의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압데슬람이 도주 4개월 만인 지난 18일 브뤼셀에서 체포된 지 4일 만에 발생했다.

압데슬람 체포에 따른 '보복 공격' 가능성을 경계해온 벨기에 정부는 공항 폭발 직후 테러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로 올렸다.

벨기에 정부는 공항과 지하철 역사 등에 추가로 병력을 배치했다.

이날부터 국경도 전면 통제했다.

또 테러 직후 벨기에는 독일과 국경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직원도 대피시켰다고 현지 벨가 통신이 보도했다.

브뤼셀시 당국은 폭발 직후 지하철,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요 철도 운행도 중단됐다.

이날 브뤼셀 시내에서 당국의 통제로 휴대전화 통화가 되지 않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 있을 것을 권고했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이날 국영 TV 방송을 통해 "맹목적이고 비겁한 테러에 당했다"고 말했다.

이번 브뤼셀 연쇄 폭발이 테러 행위로 추정되는 가운데 압데슬람이 체포후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이 주목된다.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은 압데슬람이 수사관들에게 브뤼셀에서 새로운 계획을 진행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압데슬람은 "브뤼셀에서 뭔가를 새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것이 실행될 수도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인더스 장관은 수사당국이 압데슬람의 이 같은 진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하고 "그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많은 무기와 중화기가 발견됐다.

그가 은신했던 브뤼셀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압데슬람은 현재 브루제의 중범죄자 구치소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테러에 대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킨 극악무도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우리는 국적이나 인종, 종교와 관계없이 테러리즘의 재앙에 단합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 파리시는 브뤼셀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고 연대의 뜻을 표하고자 이날 저녁 에펠탑을 벨기에 국기 색으로 불 밝히기로 했다.

한편 주벨기에 한국 대사관은 아직 교민 피해 상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교민 피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비상 연락망을 동원하고 있으며 벨기에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이날 교민들에게 신변안전 유의를 긴급 공지했다.

대사관은 공지를 통해 다중 이용시설 출입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