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하던 공화 경선주자 중도하차 후 '안티 트럼프' 슈퍼팩에 거액 지원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트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한 당 주류의 공세가 노골화 되는 가운데, 공화당의 거액 후원자들도 속속 '반(反) 트럼프' 대열에 서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지명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공화당의 '큰 손'들을 단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때리기'에 집중하는 각종 슈퍼팩(Super PACㆍ정치행동위원회)의 모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 그리고 이미 중도 하차한 다른 공화당 경선후보를 밀던 후원자들이 잇따라 이런 슈퍼팩에 지갑을 열고 있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트럼프 공격에 앞장서고 있는 '우리의 원칙'(Our Principles)이란 이름의 슈퍼팩은 2월에 480만 달러(55억6천800만 원)를 모금했다.

시카고 컵스의 소유주인 토드 리케츠 등 리케츠가(家)가 이 슈퍼팩의 최대 기부자였으나, 지난달에는 기부자 명단이 더 길어졌다.

젭 부시 후보를 후원했던 캘리포니아 주 투자자 윌리엄 오번도프가 50만 달러(5억8천만 원), 마르코 루비오를 지원했던 텍사스 주 부동산 개발업자 할란 크로가 10만 달러(1억1천600만 원)를 갹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을 그만둔 4명의 다른 후보들에게 거액을 희사했던 아칸소 주 은행가 워런 스티븐즈도 이 팩에 100만 달러(11억6천만 원)를 내놓으며 '안티 트럼프'에 동참했다.

스티븐즈와 그의 형제 한 명은 이와 별도로 250만 달러를 또 다른 슈퍼팩에 지원했다.

이 슈퍼팩은 트럼프에 공세를 퍼붓고 있는 슈퍼팩 '성장클럽(Club for Growth)'과 관련된 곳이다.

이런 가운데 '성장클럽'의 모금액도 많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월 한 달에만 앞서 다른 달의 3배에 달하는 400만 달러(46억4천만 원)를 모금했다.

공화당 경선주자였던 스캇 워커, 바비 진달 등을 밀었던 거액 후원자들이 자금줄을 이 슈퍼팩으로 돌린 데 힘입은 것이다.

지금까지 공화당 경선을 관전해온 후원자들이 관망을 끝내고 '반 트럼프' 운동에 가세한 경우도 목격됐다.

미국의 석유재벌로 공화당의 '물주' 노릇을 했던 찰스(80)·데이비드(75) 코흐 형제가 이끄는 정치조직에 돈을 냈던 후원자들의 자금이 이런 슈퍼팩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는 게 하나의 사례다.

미네소타 주 라디오·TV방송국 소유주인 스탄 허바드, 오하이오 주의 수압파쇄장비 제조회사의 회장인 톰 라스틴 등도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