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핵심인사, 저명경제학자 등 소비세 인상 연기론 지지
"유권자 뜻 묻는다" 명분으로…야당 분열시키고 세몰이 가능성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증세 연기를 명분으로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시행해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1월 소비세 인상 시점을 늦추는 것에 대해 유권자의 판단을 받겠다며 한 차례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해 권력기반을 튼튼히 했는데 소비세 인상 재유보 구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조테 겐세이(溝手顯正) 일본 자민당 참의원회장은 20일 NHK에 출연해 올해 여름 예정된 참의원 선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같은 날 중·참의원 선거를 하는 구상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조테 회장은 아베 총리가 내년 4월 소비세율을 예정대로 재인상(8→10%)할지를 "참의원 선거 전에 결단하는 편이 좋다"고 의견을 밝혔으며 동시 선거가 참의원 의석을 획득하는 데 자민당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조회장은 19일 야마나시(山梨)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2014년 4월 소비세가 인상(5→8%)되고 나서 개인 소비가 침체했다고 지적하고서 "그런 것이나 세계정세의 동향을 보면서 소비세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는 언급을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1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국제금융경제 분석회의에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소비세를 올릴 시기가 아니다'며 증세 보류에 힘을 실었다.

소비세 재인상을 연기하자는 주장은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아베 총리는 2014년 11월 중의원을 해산할 때 2017년 4월 소비세율 재인상은 경기상황을 이유로 다시 연기하지 않고 무조건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원래 2015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재인상(8→10%) 시점을 2017년 4월로 연기할 것이며 이에 관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기 위해 총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약속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유권자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셈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예정된 국제금융경제분석 회의에도 역시 증세 반대파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를 초빙한 상태라 증세 연기를 정당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참의원 동시 선거를 하면 조직력이 약한 야당이 대응하기 어렵고 현재 추진 중인 후보 단일화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정권 입장에서 소비세 재인상 연기는 물가 부담을 걱정하는 일반 소비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소재다.

이는 선거에서 개헌이나 안보정책 등에 여당에 불리한 내용을 쟁점으로 치러지는 것을 막는 방편이기도 하다.

경제 정책이 초점을 맞춘 선거가 되면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필생의 과업으로 꼽아온 '개헌'을 참의원 선거 공약에 넣겠다고 밝혔다.

개헌은 선거의 핵심 쟁점이 아닌 끼워 넣기 공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에 동시 선거가 실시되고 그 결과 개헌 세력이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면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의 발판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앞선 총선 때부터 아베 정권의 안보 정책이나 개헌 구상 또는 '헌법 무시' 등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주도권을 쥐지 못했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에 말려들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증세 연기나 동시 선거를 반기지 않고 있으나 아베 총리는 필요하다면 이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5월 18일 발표 예정인 1분기 국내총생산 속보치(잠정치)는 아베 총리가 소비세 재인상 연기를 명목으로 중의원 해산 방침을 표명하는 계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