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분실하거나 생일 파티하다 비행기 못 타 목숨 건지기도"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 공항에서 19일 새벽(현지시간) 추락한 두바이 항공사 '플라이두바이' 소속 여객기 승객은 대부분 휴가를 다녀오던 러시아인들로 파악됐다.

사고기에는 승객 55명과 승무원 7명 등 모두 62명이 타고 있었으나 생존자는 나오지 않았다.

여객기가 지상과 강하게 충돌하며 파괴된 데다 뒤이어 화재와 폭발이 일어나면서 기체가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기체와 시신 잔해가 반경 1km 넓이에 흩어져 있을 정도로 폭발의 여파는 컸다.

사망한 55명의 승객 가운데 44명이 러시아인으로 주로 로스토프나도누와 인근 지역 주민들이었다.

이밖에 로스토프나도누와 인접한 우크라이나 출신 승객이 8명,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출신 승객이 1명, 인도인 승객이 2명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 상품권을 구매해 두바이 관광을 다녀오던 중 변을 당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사연도 알려졌다.

여행 상품권을 판매했던 러시아 여행사 '아르트-투르' 관계자는 "당초 2쌍의 부부가 우리 여행사를 통해 두바이 여행권을 구매하려 했지만 한 부부의 남편이 갑자기 여권을 분실해 같이 못 가고 부인만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우연히 여권을 잃어버린 덕에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했지만, 아내를 잃고 말았다는 것이다.

역시 두바이에서 사고 여객기에 탑승하기로 돼 있던 30대 러시아 여성은 출발 당일 생일을 맞아 현지에서 파티하며 놀다 비행기 시간을 놓치는 바람에 역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이 여성에게 여행권을 판 다른 러시아 여행사가 전했다.

이 여성은 현지에서 며칠 더 휴식한 뒤 귀국할 예정이라고 여행사는 덧붙였다.

승객들과 함께 희생된 7명의 사고 여객기 승무원은 여러 나라 국적이었다.

키프로스인인 기장은 5천700 시간의 비행 기록을 가진 경험 많은 조종사라고 항공사 측은 밝혔다.

스페인 출신의 부기장도 5천699 시간의 비행 기록을 갖고 있었다.

다른 승무원들은 스페인, 콜롬비아, 세이셸(아프리카 동부 인도양의 섬나라), 키르기스스탄(중앙아) 등으로 다양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