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정상회담-대중연설-야구경기 관람 등이 3대 이벤트
'야구 외교'로 쿠바 빗장 연다…반정부 인사 회동 신경전 가능성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후 역사적인 쿠바 방문길에 오른다.

이날 오후 부인인 미셸 여사와 두 딸인 말리아와 사샤, 장모인 마리안 로빈슨과 함께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해 2박3일간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 만이자 역대 2번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대중 연설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정상회담, 미국 메이저리그 팀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야구 시범경기, 반정부 인사들과의 만남 등 일정으로 빡빡하다.

그의 역사적 방문이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고 양국 국교 정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상징적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권문제나 개방의 폭 등을 둘러싼 갈등을 노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오바마 대중연설서 언론·집회의 자유 확대 거론 =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국영TV로 생중계되는 대중연설을 한다.

이 연설에서 그는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기회가 더욱 풍부한 쿠바의 비전을 제시한다고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은 전했다.

특히 쿠바인이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장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점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면 미국이 쿠바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쿠바인에게 달렸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정부 인사들과 만나나 =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체류 기간 반정부 인사들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바에 여전히 인권탄압이 존재하는 만큼 압력을 넣기 위한 행보다.

실제 쿠바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반정부 인사들을 무더기 체포하는 등 감시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의 반정부 단체인 쿠바애국연합(UNPACU)은 지난주말 전국적으로 약 300명의 반체제 인사가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가 풀려났다고 14일 밝혔다.

다른 반정부 단체인 '레이디스 인 화이트'(Ladies in White)도 지난 13일 아바나에서 개최한 평화 행진을 전후로 40명 이상의 여성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만나는 반정부 인사 리스트는 "쿠바와 협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바 측은 미국이 쿠바 내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밝혀온 만큼 이 리스트가 조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야구 외교' 신호탄으로 미국-쿠바 빗장 여나 = 벤 로즈 부보좌관은 지난 2일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22일 아바나에서 열리는 양국 간 친선 경기를 관람한다"며 "미국과 쿠바는 모두 야구를 사랑한다.

친선 경기를 통해 양국이 강한 공감대를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하이라이트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탐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 간 시범경기 관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게임이 양국 간 경제 장벽을 깨는 등 쿠바의 빗장이 열리는 '홈런'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더 힐'이 전했다.

쿠바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기보다는 이러한 스포츠·문화 교류가 쿠바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 것으로 판단해서다.

미 재무부는 최근 쿠바인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봉급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쿠바 출신 메이저리거들을 위한 조치다.

오바마 행정부는 '야구 외교'를 기폭제로 경제장벽 등 양국 간 각종 걸림돌이 제거되고 해빙 무드가 조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쿠바로의 여행 제한 완화와 화물선에 대한 안전규제 완화, 직접우편 서비스 재구축 등의 조치를 했던 미국 정부는 쿠바가 인터넷 접근 확대와 외국 기업의 쿠바인 고용허가 완화 등의 개방조처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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