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도착한 오바마, 라울 카스트로와 정상회담 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20일(현지시간) 쿠바를 방문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캘빈 쿨리지 이후 88년 만으로 양국 국교 정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4년 전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의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인인 미셸 여사, 두 딸인 말리아와 샤샤, 장모인 마리안 로빈슨과 함께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에 도착했다. 2박3일간 머무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튿날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열고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국립극장에서 쿠바 국영TV로 생중계되는 연설을 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 간 시범경기를 참관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의장의 형이자 쿠바 혁명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와는 만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문제를 비롯해 양국관계 정상화 추진을 점검하고 진전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카스트로 정권이 민감하게 여기는 정치범 문제를 비롯한 인권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시민사회 지도자와 반체제 인사, 인권운동가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작년 8월 아바나에 대사관을 다시 열고 정기 항공노선 취항을 재개하는 등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다만 핵심 조치인 금수조치 해제는 공화당의 반대로 미 의회가 관련법을 개정하지 않고 있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미국 스타우드호텔은 쿠바 정부가 소유한 3개 호텔을 개조해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스타우드는 쿠바의 퀸타 아베니다, 산타 이사벨, 잉그라테라 등 호텔 세 곳을 개조하고 직원을 교육한 뒤 올해 말 재개장할 예정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