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국적 달라도 '취업·내 집 마련·꿈 실현' 비슷한 고민

최근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가 인기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진짜 '아프리카 꽃청춘'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아프리카의 수도'로 불리는 에티오피아에서 이곳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의 꿈과 고민, 세계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쌍문동 4인방'만큼이나 매력적인 아디스아바바의 3인 3색 젊은이를 소개한다.

◇ 별명 '리틀 오바마'…"나 아닌 사람들 위하는 삶 살 것"

"미스터 프레지던트!"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디스아바바 바하이교 사원에서 만난 소년들은 페나 야데사(31)를 이렇게 부르며 깔깔거렸다.

야데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꼭 닮은 외모때문이다.

그가 중동 여행을 갔을 때도 사람들은 그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며 달려들었다.

야데사는 "이제는 오바마라는 별명이 익숙하다"며 웃었다.

그의 전공이 법학이라는 점도 오바마 대통령의 청년 시절과 닮았다.

그는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지만 다시 대학에 입학해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사무실을 차려야 하는데 그에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티오피아의 실업률이 20%를 육박해 변호사 자격만으로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에서 법·경영 박사 과정을 밟은 뒤 에티오피아에 진출하려는 외국 법인의 법률 자문을 맡는 게 야데사의 바람이다.

야데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숙식을 해결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을 한다.

바하이교 신자로서 청년들을 가르치는 것 외에 일주일에 두 번씩 장애인 시설에서 자폐 아동들을 돌본다.

친구를 따라 우연히 장애인 시설에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아 봉사활동을 자처했다.

그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5남매 중 셋째인 그는 어린 시절 대학교수인 삼촌 집에서 생활한 덕에 좋은 교육을 받고 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까지 나올 수 있었다.

정치에는 관심 없지만 나라 걱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 나라 아이들이 크면 무엇을 먹고 살 수 있겠냐"며 자주 한숨을 쉬었다.

그는 버스에서 어린이를 마주치면 차비를 대신 내주고 '나중에 크면 너도 똑같이 행동하라'고 말한다.

야데사는 전쟁을 겪은 뒤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일군 한국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가난했지만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친 덕에 한국이 놀랍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며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 20대 택시기사 "돈 모아 집 사고 가게 차린 뒤 장가가고 싶어"

올해 스물 여섯 살이 된 청년 키루벨 타델레는 7개월 차 택시 기사다.

첫인상은 다소 '껄렁' 해 보이지만 속 깊고 성실한 젊은이다.

타델레는 택시 기사가 되기 전 1년 반 동안 미니버스를 몰았다.

12인용 봉고차인 미니버스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그는 미니버스를 운전하면서 하루에 500비르(약 2만7천원) 정도를 손에 쥐었다.

1천300비르를 벌어 연료 값으로 400비르, 안내원 보수로 200비르, 버스 임대비로 200비르를 쓰고 남는 돈이다.

열심히 일해 돈을 모든 뒤 벌이가 나은 택시기사로 전직했다.

타델레는 비교적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초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구두닦이를 하며 돈을 벌었다.

대학에 진학할 생각은 애초에 접었고, 고등학교도 중간에 그만뒀다.

지인 소개로 남수단의 에티오피아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6개월간 일했고, 고국에 돌아온 뒤에도 4년 동안 식당에서 근무했다.

타델레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현재 꿈은 택시기사로 번 돈을 모아 작은 가게를 차린 뒤 5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도 결혼할 때 집을 마련하는 것은 통상 남자의 몫이다.

그는 "아디스아바바에서 침실 두 개, 화장실 한 개가 딸린 집을 사려면 100만비르(약 5천400만원)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주 6일 아침 7∼8시부터 새벽 2∼3까지 이를 악물고 일하는 이유다.

손님이 많을 때는 하루 1천500비르(약 8만1천원)까지도 버는데 생활비를 제한 대부분을 저축한다.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 친구들과 동네 공터에서 축구를 하고 맥주잔을 기울이는 게 유일한 취미인 타델레는 "가난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에티오피아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 나이지리아 출신 최고 스트라이커 "내 꿈은 제2의 호날두"

에티오피아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청년들도 많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인데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선수 아베이 새뮤얼(25)도 꿈을 찾아 이곳에 왔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그는 5년 전 많은 돈을 받고 에티오피아 구단에 초빙됐다.

에티오피아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개 구단을 거쳐 현재 데데빗(Dedebit) FC에서 스트라이커로 맹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 그의 팀은 14개 팀 중 2위에 올랐고, 새뮤얼은 22골을 넣어 득점왕이 됐다.

'제2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목표로 삼는 새뮤얼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매일 오전 2∼3시간씩 팀에서 훈련을 받고, 오후에는 헬스클럽에서 혼자 운동을 하거나 경기 영상을 분석한다.

구단 관계자들도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이크 앤덤 데데빗FC 기술감독은 "스피드와 힘을 갖춘 에티오피아 최고 스트라이커"라며 "아주 열정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축구가 워낙 인기 종목이다 보니 그는 길거리에서 종종 팬들을 마주친다.

사인을 해달라거나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자주 받는데 매번 쑥스럽다고 한다.

새뮤얼은 한국에 대해 "2002년 월드컵을 아주 인상깊게 봤다"면서 "박지성 등 훌륭한 선수들을 배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언젠가는 유럽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며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스아바바연합뉴스) 김수진 특파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