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선 가난한 사람이 도둑질하면 감옥에 가지만, 부자가 훔치면 장관이 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71)이 1988년 야당 시절에 했던 이 말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그를 괴롭히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패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룰라가 이날 검찰 수사와 지역 연방법원 판사의 재판으로부터 면책되는 수석장관에 취임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룰라가 수석장관을 맡는 것은 ‘방탄 입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가뜩이나 불안했던 브라질 정국이 더 큰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룰라의 수석장관 취임식 직후 이타지바 카타 프레타 네투 브라질리아 연방법원 판사는 “비리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룰라를 수석장관에 임명한 것은 잘못”이라며 효력정지 결정을 내렸다. 야당인 브라질사회민주당의 호날두 카이아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룰라는 더 이상 수석장관이 아니다.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 시내에는 반(反)정부 시위대 수천명이 몰려나와 룰라를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대가 흑백 줄무늬의 죄수복을 입은 룰라의 인형을 들고 주요 도로를 점거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 NYT는 시위대가 트위터를 통해 룰라의 1988년 발언을 퍼나르며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룰라를 수석장관에 기용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의회의 탄핵 절차도 재개됐다. 호세프 대통령 역시 정부 회계를 부실처리하고 대선 불법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하원은 에두아르두 쿠냐 의장의 주도 아래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심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탄핵안은 연방 상·하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