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보수 아냐…트럼프가 공화 후보되면 제3후보 내세울 수도"
민주당 지지세력도 트럼프 저지 위해 결집

미국의 대표적 보수 인사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막기 위해 공화당의 반(反) 트럼프 단일화를 촉구했다.

AP통신,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보수 성향 사이트 레드스테이트의 창립자인 에릭 에릭슨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의 빌 위처먼 등 대표적인 보수 지도자와 활동가 20여 명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모여 트럼프를 저지할 전략을 논의했다.

이들은 일단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지명을 최대한 막되 이것이 실패할 경우 제3의 보수 후보를 내세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의 대변인 격인 보수 칼럼니스트 퀸 힐라이어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며 "그는 보수주의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미국을 대표할 훌륭한 얼굴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전화로 회의에 참여한 에릭슨은 이후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지 않은 모든 전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에 맞서 단결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남은 공화당 후보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중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그러면서 "트럼프를 막을 다른 방법에도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거나 아니면 헌법당 등 기존 보수정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본선에서 제3의 보수 후보를 내세우는 방안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해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反) 트럼프 연대의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

앞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15일의 플로리다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9∼10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크루즈 의원, 케이식 주지사와 차례로 만났다.

이들 회동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부시 전 주지사가 트럼프를 제외한 다른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조만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중도 하차한 루비오 의원은 16일 크루즈 의원을 "경선판에 남은 유일한 보수"라고 밝힘으로써 크루즈 의원 지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일찌감치 하차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내주 크루즈 의원을 위한 모금 행사를 주최한다고 ABC방송은 보도했으며, 루비오 의원을 지지했던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크루즈 지지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다른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반 트럼프 광고도 활발해지고 있다.

ABC는 2월 상반기에 반 트럼프 광고에 지출된 돈의 9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이번 한 주에 지출됐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전국에 방영된 반 트럼프 광고 금액은 모두 6천300만 달러(약 732억원)이며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공화당과 보수진영에서 트럼프 저지를 위해 막판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도 본선 상대인 트럼프에 맞설 전략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22개 진보 그룹이 트럼프 저지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민주당 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간 클린턴 전 장관 측은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트럼프를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전략이 모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감안해 트럼프의 '실체' 공략에 집중하는 방식을 모색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