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섰다.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전망 등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성장둔화 등 해외에서 불어오는 ‘맞바람’에 거슬러가지 않고, 당분간 금리인상 발걸음을 늦추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성장률·물가 전망치 낮춰

[금리인상 신중해진 미국] "글로벌경제 여전히 불안"…Fed, 금리인상 속도 절반으로 '감속'
Fed는 고용과 소비 등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3개월간 신규취업자가 월평균 22만3000명씩 늘었고, 1월과 2월 실업률은 4.9%를 유지했다. 2월 근원소비자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3% 오르면서 2012년 5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Fed는 이날 성명서에서 경제활동이 완만하게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최근 경제성장이 둔화됐다’고 평가한 것에 비하면 적어도 미국 경제 자체엔 자신감이 붙은 분위기다.

그러나 해외 변수와 관련해서는 “(미국 경제에) 해외 금융 및 경제여건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 ‘글로벌 금융과 경제 상황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했던 것보다 적극적으로 위험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런 판단은 경제전망 하향조정으로 이어졌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2.4→2.2%)과 물가상승률 전망치(1.6→1.2%)를 지난해 말 제시한 전망치보다 모두 낮춰 잡았다.

◆옐런 “속도 조절 필요하지만…”

[금리인상 신중해진 미국] "글로벌경제 여전히 불안"…Fed, 금리인상 속도 절반으로 '감속'
Fed는 17명의 FOMC 위원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내부적으로 올해 두 번 정도의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지난해 말에는 대부분이 올해 네 번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고, 연말에 금리가 연 2.25%까지 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위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모두 연 1.5% 아래로 전망했고, 17명의 위원 중 9명이 연말 금리를 연 0.75~1.0% 사이(중간값 0.9%)로 내다봤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대부분의 위원이 지난해 12월 예상한 것과 비슷한 경제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당시 생각한 것보다 느린 금리정상화 패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위험요인 때문에 올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췄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고, 노동시장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실업률이 올해 말 장기평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며 “저유가 등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해외 상황이 나빠질 위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 중국, 유럽, 일본의 경기부양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도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월가 “6월 금리인상 확률 41%”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매니저는 이날 CNBC에 출연, “Fed가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6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Fed가 올해 0.25%포인트씩 두 번 정도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6월과 12월 두 번 금리인상을 점쳤고,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첫 금리 인상 시기가 6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언급했다.

이날 연방기금금리의 선물가격을 기준으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전망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에 따르면 4월 금리 인상 확률은 12%로 전날의 28%에 비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6월 인상 확률도 41%로 전날의 48%를 밑돌았다.

워싱턴=박수진/뉴욕=이심기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