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숫자 큰 격차에도 과반 미달해 6월까지 '대의원 싸움' 불가피
케이식 주류 후보 부상 가능성…'트럼프-크루즈-케이식' 3자 구도
WP "중재 전당대회 불가피", CNN "사실상 트럼프 막을 방법 없어"


미국 대선 경선 2차 승부처인 15일(현지시간)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을 계기로 공화당 경선판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막판 악재로 부상한 '유세장 폭력사태'에도 첫 승자독식제가 적용된 플로리다 주(州) 압승에 힘입어 대세를 더욱 굳히면서 외견상 후보 지명 고지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양새다.

특히 당 주류 진영의 기대주였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플로리다에서 참패하면서 경선을 포기하고, 안방을 사수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주류 진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존의 '트럼프-크루즈-루비오' 3자 구도는 '트럼프-크루즈-케이식'의 새로운 3자 구도로 변했다.

대의원 확보 숫자로 본 구도는 '1강·1중·1약' 구도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45% 대의 득표율로 승리하면서 이 지역에 할당된 대의원 99명을 싹쓸이했다.

비록 플로리다와 함께 주요 승부처 두 곳 중 한 곳이었던 오하이오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이 지역 대의원 66명을 케이식 주지사가 전부 가져감에 따라 2위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과의 대의원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트럼프가 이날 경선지역 6곳 가운데 오하이오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을 모두 승리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경선이 진행될수록 그의 대세는 한층 공고해 질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승리가 곧 후보 지명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당 주류 진영이 아직은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데다가, 최악의 경우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까지 검토한다는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재 전당대회는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당 지도부가 사실상 후보를 결정하는 제도다.

트럼프는 이번 승리로 대의원을 600명 이상으로 늘렸지만,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2천472명 중 1천237명)에는 한참 모자란다.

크루즈 의원과 케이식 주지사가 끝까지 추격전을 벌일 경우 현실적으로 과반 득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루비오 의원이 크루즈 의원이나 케이식 주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반(反)트럼프' 전선에 가담하거나, 또 가능성은 작지만 두 주자가 트럼프에 맞서 단일화를 할 경우 뜻밖에 파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과반 득표 달성은 불가능하더라도 중재 전당대회 개최의 명분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했지만, 오하이오 패배로 중재 전당대회 개최가 불가피해졌다고 전망했다.

이제 남은 관심은 과연 주류 진영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케이식 주지사 또는 크루즈 의원을 주류 진영의 대안 주자로 밀면서 끝까지 트럼프를 저지할 것이냐, 아니면 트럼프 대세론의 현실을 받아들이느냐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WP의 전망과 달리 CNN 방송은 당 주류가 트럼프의 질주를 막을 효과적인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다.

공화당이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트럼프를 인위적으로 배제할 경우 백악관의 주인을 다시 한번 민주당에 넘겨줄 게 거의 확실하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