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에 맡겨놓은 1억100만달러(약 1204억원)를 누가 어떻게 훔쳐갔을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발생한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자금 도난사건을 놓고 미국 필리핀 스리랑카 등 4개국이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사건의 실체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16일 보도했다.

도난당한 1억100만달러 가운데 지금까지 회수한 돈은 약 2000만달러에 불과하다. WSJ는 방글라데시 재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 “이번 사건은 적어도 4개국 이상에 걸쳐 철저하게 준비된 국제 사기”라고 설명했다.

뉴욕 Fed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시점은 2월5일 금요일이다. 방글라데시는 금요일이 휴일이어서 중앙은행이 문을 열지 않는다.

이날 범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로 추정되는 곳에서 35건의 계좌이체 요청을 했다. 이체를 위한 허가코드가 정확히 입력됐고, 필리핀 은행의 지방 사업자 계좌로 8100만달러가 입금됐다. 이 돈은 두 개 이상의 카지노에서 게임용 칩을 구입하는 데 사용됐다. 남은 돈은 6만8000달러에 그쳤다. 스리랑카 은행으로 들어온 자금 2000만달러는 담당 은행원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돈을 내주지 않아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범인은 8억5000만달러를 더 빼돌릴 계획이었지만 뉴욕 Fed에 이상거래 경보가 울리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티우르 라흐만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총재는 정년퇴임을 6개월가량 앞둔 지난 15일 사퇴했다. 방글라데시 등 4개 관련국은 공조수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사건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WSJ는 “미국과 방글라데시, 이체 중개기관 등이 책임 소재를 다투고 있어 앞으로 밝혀야 할 사안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