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등 한반도 정책 포함해 외교·통상·이민정책 엇갈린 기조
선거캠프 힐러리 '클린턴-오바마 사단' vs 트럼프 '재단-외곽단체'
본선 맞대결시 '여성 vs 남성', '워싱턴주류 vs 아웃사이더' 구도

미국 대선 경선 2차 승부처인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본선에서 맞대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벌써부터 두 주자의 핵심 공약과 캠프 구성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두 주자는 성장 과정과 삶의 궤적이 다른 만큼 공약과 캠프도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한반도 정책과 주요 외교 기조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추가 제재 등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관한 각론에서는 입장차가 두드러진다.

클린턴 전 장관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대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대화의 창구는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는 "김정은은 미치광이", "중국만이 김정은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등 그간의 드러난 공개 발언으로만 보면 대북 강경 대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철저한 공조를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는 "방어해 주는 데 얻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끝없이 잘못된 '안보무임 승차론'을 제기하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까지 주장하고 있다.

전반적인 외교정책 기조와 관련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일례로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정책과 관련해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의 골간인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제한적 개입' 입장을 유지하는 반면, 트럼프는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 또는 역내 국가들이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란 핵협상에 대해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지지, 트럼프는 반대로 엇갈린다.

다만,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대해서는 온도차는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찬성하고 있다.

◇통상·이민정책…힐러리 자유무역협정 지지 vs 트럼프 보호무역 주창
15일(현지시간) 코트라 워싱턴 무역관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한 경제·통상분야 공약도 기조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클린턴 전 장관이 대선 국면에서 지지층을 의식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고 밝혔으나 기본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지지론자다.

미국인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 공정한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도 지지한다.

반면 트럼프는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아직 발효되지 않은 TPP는 물론이고 1994년 출범한 NAFTA와 한미FTA 등 미국이 그동안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필요시 재협상을 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다만, 통상 이슈 가운데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조작 의혹 논란과 관련해서는 두 주자 모두 강력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민정책도 두 주자가 대척점에 서 있는 분야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최대 기반인 히스패닉 등 이민자에 관대한 입장을,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등 배타적 입장을 각각 보이고 있다.

이밖에 미국 내 핵심 이슈인 기후변화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관련해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찬성, 트럼프는 반대로 엇갈린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선 클린턴 전 장관은 '버핏세' 도입 및 초고소득층 세율 인상 등 부자 증세와 더불어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등 진보적 세제 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가 개혁도 천명하고 있다.

트럼프는 개인 및 법인소득세 제도 간소화 및 전(全)소득군의 세율인하, 최저임금 인상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선거 캠프 '스타군단' vs '아웃사이더 군단'…문고리 권력은 모두 여성
힐러리 캠프는 워싱턴 정치로 대변되는 주류 진영의 클린턴 사단과 오바마 사단으로, 트럼프 선거캠프는 보수단체와 '트럼프 오거니제이션'(Trump Organization)의 두 개 축으로 각각 구성된 특징을 보인다.

먼저 힐러리 캠프는 전국단위의 스타군단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개별 선거조직을 이끄는 비중앙집권적 특징을 보인다.

정·관계와 학계를망라한 최고의 전문가들이 정책고문을 자처하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클린턴 사단 출신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가 선거대책위원장, 과거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본부장 출신인 로비 무크가 선거본부장을 맡아 캠프를 지휘하고 있다.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인도계 여성 휴마 애버딘(39)이 사실상 '문고리 권력'으로통한다.

오바마 캠프의 책사였던 조엘 베넨슨은 선거 전략과 여론조사를 책임지고 있고, 역시 오바마 캠프 출신인 짐 마골리스는 언론 관계를 총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하원 후보였던 아만다 렌테리아는 정무팀을 맡고 있으며 브라인 크레이그, 한스 고프 등 민주당 선거 베테랑들이 직종별, 성별, 인종별, 성소수자(LGBT) 분과를 분담해 관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마론 마샬과 트레이시 루이스가 전국 단위의 선거 현장을 책임진다.

외교·안보정책은 국무부 국가안보고문이었던 잭 설리반 담당이다.

월스트리트 개혁론자로 알려진 개리 겐슬러도 캠프에 합류해 있다.

트럼프 캠프는 뉴욕 트럼프타워에 마련된 중앙 선대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보수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American for Prosperity)의 국장출신인 코리 르완도우스키가 선거대책본부장, 밥 돌 전 상원의원의 수석고문을 지낸 마이클 글래스너 가 부본부장을 각각 맡아 캠프를 총괄하고 있다.

아이오와 출신의 정치인 샘 클로비스가 외부 전문가 그룹과 연결돼 정책공약 수립을 총괄하고 있고, 제프 세션스(앨라배마) 상원의원의 수석 보좌관 출신인 스테판 밀러가 정책 의제를 수립하고 토론준비 업무 등을 맡고 있다.

막후 실세는 2006년 첫 인연을 맺은 뒤 지금까지 사업 파트너이자 법률 및 정치고문 역할을 하는 마이클 코헨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아들이 운영하는 '에릭 트럼프 재단'의 상임이사를 겸임하는 코헨은 '정치적 경호실장'으로도 불린다.

캠프 실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 중 하나는 바로 문고리 권력인 27세 여성 호프 힉스다.

뉴욕 컨설팅 회사 근무 당시 트럼프의 딸이반카와 함께 일했던 인연으로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에 발탁됐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수석부사장으로 주로 골프장 사업을 전담해 온 댄 스카비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선거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트럼프가 앞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무장관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 전설적인 투자자 칼 아이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세션스 상원의원, 스캇 브라운 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등이 막후에서 분야별 자문을 해 주고 있다.

한편, 두 사람은 본선 대결 때 '여성과 남성', '워싱턴 주류와 아웃사이더', '첫 부부 대통령 도전과 부동산 재벌 출신 첫 대통령 도전'이라는 다양한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