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시리아서 돌연 철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돌연 시리아에 있는 러시아군 철수를 결정했다. 동맹관계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뒤 5개월 만이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 러시아군을 투입한 목표를 달성했으며 이제 평화회담에 집중할 때라며 시리아에 있는 주요 병력 철수를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그러나 시리아의 휴전협정 진행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일정 병력을 남겨두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알아사드 체제 안정에 대한 확신을 한 데다 국제 유가 하락과 서방의 제재 등으로 악화된 경제상황 탈출구를 찾기 위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공습 등으로 쓴 비용은 하루 300만달러(약 3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개입을 통해 중동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군의 철수 결정은 시리아 내전 종식과 알아사드의 거취 등을 논의하기 위해 UN 주도로 이날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평화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군 철수를 예상하지 못한 서방 국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진의가 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 결정이 평화회담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철수 결정은 시리아 정부군과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알아사드 퇴진을 외치는 시리아 반군 등으로 분열된 시리아 내전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 개입 당시 IS 격퇴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반군 공습에 주력해 알아사드 퇴진을 유도하던 서방의 비난을 받아왔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