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정부 반격 주목…이번 주말엔 친정부 시위 예정

브라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것을 계기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야권은 반정부 시위가 호세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했다는 판단 아래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에두아르두 쿠냐 연방하원의장은 이번 주 안에 대통령 탄핵 문제를 심의할 특별위원회가 설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탄핵 특위는 연방하원 의석수를 기준으로 각 정당에서 선정한 65명의 의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앞서 쿠냐 의장은 정부회계가 재정법을 위반했다는 연방회계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지난해 12월 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하원은 비밀투표로 탄핵 특위를 구성했으나, 연방대법원이 특위를 공개투표로 구성하라고 판결하면서 탄핵 절차가 지금까지 보류됐다.

현재 상황은 호세프 대통령에 다소 불리한 편이다.

집권 노동자당(PT)과 함께 연립정권의 양대 축을 이루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은 당분간 연방 정부 각료직을 맡지 않은 상태에서 연립정권에 계속 남을 것인지 아니면 발을 뺄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브라질민주운동당의 당수인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은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되면 자동으로 대통력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탄핵에 손을 들어줄 유인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테메르 부통령은 앞서 "브라질민주운동당은 브라질의 가치를 되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정부를 이끌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연립정권에 참여한 다른 정당들도 반정부 시위 이후 여론의 흐름에 따라 호세프 정부 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뜻을 공개로 밝혔다.

전임자이자 정치적 스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부패 의혹 수사도 호세프 대통령의 거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상파울루 사법 당국은 이날 룰라 전 대통령의 돈 세탁 의혹 사건을 정·재계 부패 사건을 전담하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 판사에게 인계했다.

모루 판사는 지난해부터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관련 부패 스캔들을 수사하는 '라바 자투(Lava Jato·세차용 고압분사기) 작전'를 전담해오면서 여러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의 기소를 승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당과 호세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으로 기용하고, 정치권과 재계의 비난을 받는 정책을 전면으로 수정하는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있다.

룰라 대통령은 내각에 기용될 경우 연방 법원에서는 면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오는 18일과 20일로 예정된 대규모 친정부 시위가 여론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한다.

전날 브라질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는 3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최대 도시 상파울루 시위의 참가자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말기인 1984년에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를 넘어서는 규모였다.

시위대는 사법 당국의 정·재계 부패 수사와 반부패법 제정을 지지하면서 호세프 대통령 탄핵과 부패 의혹에 휩싸인 룰라 전 대통령 처벌을 촉구했다.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호세프 정부에 분노를 표시하며 노동자당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도 잇따랐다.

한편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새 법무장관으로 에우제니우 아라강을 임명했다.

주제 에두아르두 카르도주 전 장관이 페트로브라스 수사와 관련한 정치적 압력으로 사임한 지 2주 만에 두 번째 법무장관 임명으로, 웰링턴 세자르 전 장관은 주 검찰직과 겸임할 수 없다는 대법원 결정으로 11일 만에 물러났다.

(상파울루·서울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고미혜 기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