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케이식 "트럼프 책임" 날 세워…"후보 지명돼도 지지하지 않을 수 있어"
민주당 힐러리·샌더스 '맹비난'…오바마도 가세 "모욕과 편가르기 말라"
트럼프 "폭력배들" 반격속 '마이웨이' 행보…보수층 결집효과 일으킬 수도


공화당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시카고 유세장에서의 폭력 사태가 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을 앞둔 미국 대선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돌출했다.

히스패닉계와 무슬림을 비롯해 소수계층을 비하하고 반(反) 이민 성향을 노골화하는 트럼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마침내 폭력적 양상으로 돌변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11일 시카고에 이어 12일 오하이오 주에서도 잇따른 시위자들의 항의로 유세가 간간히 중단되거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트럼프는 시위대를 '폭력배'에 비유하며 흔들리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공화당 경쟁 후보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대선 주자들까지 일제히 "트럼프의 책임"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어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미니 슈퍼화요일의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트럼프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칠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트럼프 때리기'의 선봉에 선 모습이다.

분열과 폭력을 조장하는 언행을 보이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당 전체가 해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루비오는 이날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에 "트럼프는 공화당과 미국을 극심하게 분열시키고 있다"며 "트럼프가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를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루비오는 "트럼프는 분명히 분노를 자극하는 말을 사용했으며 이것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유세를 방해하려는 조직화된 노력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트럼프도 사태의 전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케이식은 이날 오하이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는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폭력적으로 충돌하는 유독한(toxic)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국가의 지도자가 이 위대한 미국에서 국민들의 공포를 등쳐먹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케이식은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그를 지지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화당 주류 내부의 반(反) 트럼프 정서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나온다.

2위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를 향해 "폭력을 조장하고 유권자들을 존경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루즈는 이어 "상황이 매우 슬프다"며 "분열이나 증오를 부추기기 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비주류인 크루즈는 그러나 트럼프가 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당 주류 후보인 루비오·케이식과는 차별적 태도를 보였다.

여기에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가세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날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 루이스 교외에서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의 추하고 분열적이며 폭력과 공격을 선동하는 언사가 잘못됐다"며 "이것은 위험스럽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클린턴은 그러면서 "만일 성냥을 갖고 놀다가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불을 낼 수도 있다"며 "이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정치적 방화"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클린턴의 트럼프 공격은 사실상 본선에서의 맞대결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이 높은 수위를 보이고 있다.

같은 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막말이 폭력사태를 유발했다"며 "이것을 멈추게 하는 것은 트럼프에 달려 있다"고 비판했다.

샌더스는 이어 "트럼프는 멕시코인들을 매우 상스러운 방법으로 모욕하고 흑인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개입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사실상 트럼프를 겨냥해 "모욕과 조롱, 사실조작, 편가르기를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 주 데이튼과 클리블랜드에서 예정대로 유세일정을 이어가면서 이번 사태에 흔들리지 않고 지지층을 결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유세에 앞서 트위터에 글을 올려 "폭력배들 때문에 (시카코) 집회가 취소됐다"며 "대도시에서 집회를 갖지 못한다는 슬픈 일"이라고 시위대를 겨냥한 뒤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간 것이냐. 집회의 권리는 어디로 간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의 데이튼 유세에서 괴한 1명이 연단으로 돌진하면서 연설이 2분 정도 중단되는 소동이 빚어진데 이어 클리블랜드 유세에서는 트럼프에 항의하는 일부 시위자들이 연설을 방해해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트럼프는 퇴장당하는 시위자들을 향해 "버니 샌더스의 사람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카고 폭력사태에 관여된 시위대 중에는 '버니 샌더스'라고 쓰인 피켓을 든 샌더스 지지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샌더스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 장이"라며 "나는 트럼프 유세장에 우리 지지자들이 있었다는 것이 고맙지만, 우리가 시위를 조직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시위를 일으킨 것은 바로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 트럼프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시카고 유세장 폭력사태가 단순히 일과성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가 그동안 쏟아낸 '차별적 언행'에 대해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소수인종의 반감이 뿌리깊게 확산돼있어 앞으로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에 항의하는 움직임이 점점 더 거칠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시위대를 다루는 트럼프의 대응 방식이 지나치게 '고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트럼프는 지난 2월초 아이오와 주 유세 때 시위대의 방해가 이어지자 지지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책임질 터이니 "저들을 깨부수라"고 격려한 바 있다.

또 같은달 라스베이거스 유세 때는 한 시위자가 연설을 방해하자 "얼굴을 한대 때려주고 싶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따라 이번 폭력사태는 다시한번 트럼프의 거친 언행과 '자질론'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같은 폭력 사태가 보수층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낳으면서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시위대의 표적이 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앞으로 소수인종에 비우호적인 트럼프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이는 본선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공화당의 당심(黨心)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가늠해볼 시험무대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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