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월 생산·소비 부진…실물경기 더 악화됐다
중국의 실물 경기가 올 들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이 전달보다 더 둔화된 것이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성장률(6.5~7%) 하단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데 그칠 것이란 비관론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월 산업생산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다고 이달 12일 발표했다. 전달인 작년 12월(6.1%)은 물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평균(5.6%)에도 못 미쳤다. 작년 하반기 이후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여오던 소매판매도 1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1·2월은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가 끼어 있어 1년 중 소비가 가장 왕성한 시기다. 전문가들은 소매판매가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치는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그동안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고정자산 투자증가율이 1·2월 들어 10.2% 증가해 전월치(10%)는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9.3%)를 웃돌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가 주된 요인이어서 자생적인 경기회복 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 발표된 2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5.4% 급감한 가운데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도 기대에 못 미치자 중국 경기둔화 추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저우하오 코메르츠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전체적으로 여전히 우울한 지표”라고 평가했고, 마샤오핑 HSBC 이코노미스트는 “바닥 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행장을 비롯한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저우 행장은 “중국 경제는 올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동원하지 않아도 목표 성장률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안화 환율에 대해서도 “위안화 가치가 최근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유출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 국유기업 관리를 담당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샤오야칭(肖亞慶) 주임(위원장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유기업 개혁 과정에서 부실기업 퇴출보다 기업 간 합병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며 “1990년대 후반 국유기업 개혁 때와 같은 대량 해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