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주가·달러 4대 시나리오…'금융 알파고' 선택은
이달 15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뜬금없이 인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례회의에 참석한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은 필립스 곡선을 근거로 앞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된다. 첫째, 시기적으로 8년 만에 처음 제시됐다. 둘째, Fed의 통화정책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피셔가 주장했다. 셋째, 3월 Fed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제기된 만큼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뉘앙스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 주가·달러 4대 시나리오…'금융 알파고' 선택은
피셔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근거로 언급했던 필립스 곡선은 금리 변경 등 주요 통화정책 결정 때 고려하는 핵심 이론이다. 2012년 12월부터 Fed는 물가안정과 고용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해 통화정책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필립스 곡선은 금융위기 이후 구인율과 실업률 간 ‘부(負)의 관계’를 설명한 베버리지 곡선과 함께 무용론이 제기됐었다.

필립스 곡선은 1958년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가 처음 주장했다. 1861년부터 1957년까지 임금상승률과 실업률 추이를 검토한 결과 부의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1960년대에는 폴 새뮤얼슨, 로버트 솔로 등과 같은 신고전학파 학자에 의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부의 관계로 재조명됐다.

필립스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는 오르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통화정책과 실물변수 간 시차를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인상해야 물가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랜저 인과검증’으로 미국 통화정책이 실물에 효력을 발휘하는 시차는 약 9개월~1년으로 추정된다.

미국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보면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지 오래됐다. 지난달에는 4.9%까지 떨어졌다. 같은 달 금리변경을 고려할 때 가장 중시되는 물가지표인 근원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지수는 1.7%까지 올랐다. 물가 목표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시차를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상을 언제든 단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필립스 곡선을 금리 변경의 근거로 삼으려면 경기와 깊은 연관이 있어야 한다.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한 채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토대로 금리를 인상하면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피셔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박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1분기 0.9%→2분기 3.9%→3분기 2.0%→4분기 1.0%)가 뚜렷하다. NBER은 두 분기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 성장률보다 낮게 나오면 ‘정점론’이, 높게 나오면 ‘소프트 패치’(일시적 경기둔화)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의 회복기(1990년 이후 다섯 차례)와 비교해보면 재닛 옐런이 Fed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 이번 회복기에는 소비 투자 수출 등 총수요 측면의 거의 모든 항목에서 부진했던 것으로 나온다. 총공급 면에서도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 생산함수 구성 항목이 모두 부진했다. 서머스 교수 등이 ‘대침체기(혹은 장기침체론)’를 주장하는 근거다.

월가에서 ‘2차 침체기’가 언제 올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옐런 의장이 취임한 이후 미국 증시는 재차 ‘대안정기’에 접어들었다. 2009년 2분기 이후 약 2년 동안 지속된 ‘1차 대안정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각종 공포지수가 안전지수라고 불릴 만큼 위기의식이 급속히 사라졌다.

심리요인이 크게 작용했던 1차 대안정기와 달리 2차 대안정기가 찾아온 가장 큰 이유는 Fed의 금융완화 정책에 따라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실물경기 면에서 총수요와 총공급 항목이 받쳐주지 않은 여건에서 유동성에 의해 오른 주가는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순간 폭락)’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국 경제 앞날과 관련해 단기적으로 정점론(조지 소로스)과 소프트 패치(워런 버핏), 중장기적으로 대안정기(벤 버냉키)와 대침체기(래리 서머스)의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기와 장기 시각을 조합하면 △소프트 패치→대안정기 △소프트 패치→대침체기 △정점론→대안정기 △정점론→대침체기 등 네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미국 주가, 달러화 가치, 금리도 네 가지 경기 시나리오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각종 가격변수와 미래 불확실성을 정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금융 알파고’가 있다면 종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시나리오별 발생 확률이 20%, 30%, 30%, 20%로 추정될 때 투자 수익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 경로(optimal path)’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