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눈으로 괴짜 연구소에 4천~7천억원 투자
신체정보로 질병 조기 진단·사람 마음 이해하는 검색엔진 목표

검색엔진 구글을 창업한 미국 레리 페이지의 미래지향적인 경영 스타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와이어드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CEO(최고경영자) 레리 페이지는 2년 전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의 딥마인드 인수를 주도했다.

딥마인드의 매입 가격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4천800억~7천8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딥마인드는 구글의 매입 당시만 해도 영국 런던에 틀어박힌 괴짜 과학자들의 연구실 정도로 알려져 페이지의 인수결정은 무모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알파고가 인간의 영역으로 평가돼온 바둑에서 세계 최고수 이세돌 9단에 2판 연속 불계승하며 인공지능의 미래를 밝히자 분위기는 180도 반전했다.

페이지의 딥마인드 인수는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페이지는 애초 친구이자 IT(정보기술) 업계의 거물 투자자인 일론 머스크를 통해 딥마인드를 소개받았다.

머스크는 딥마인드의 초기 투자자 중 하나였다.

영국 명문대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신경과학 박사 출신의 인재가 2011년 설립한 회사인데 AI에 관한 기술이 상당히 축적돼 있다는 얘기였다.

페이지는 바로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를 만났다.

1976년생인 허사비스는 평범한 기업인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어릴 적에는 체스 신동이었고 컴퓨터과학으로 학사를 마치고 게임 스튜디오를 차려 유명 게임을 만든 베테랑 개발자이기도 했다.

AI에 대한 허사비스의 꿈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했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배우는 '일반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의 구현이 목표였다.

SF영화의 단골 소재였지만 실제 개발은 극도로 어려운 인공지능의 개발을 위해 20년 치 '로드맵'(실행 계획)까지 짜놓을 정도로 허사비스의 믿음은 굳건했다.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일정을 척척 짜주는 애플 아이폰의 비서 소프트웨어(SW) '시리'는 허사비스의 눈에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구글의 핵심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를 개발한 과학자이기도 했던 페이지는 허사비스의 실력을 알아채고 바로 양팔을 벌렸다.

실제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 하나 없던 회사였지만 잠재력만으로도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구글은 이미 검색엔진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등에 AI를 사용했던 만큼 진일보한 AI 기술이 절실했다.

페이지는 딥마인드의 인수 직후인 2014년 3월 외신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검색 엔진이나 스마트 기기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신체 정보를 분석해 암과 같은 질환을 조기 예측하는 등 AI의 활용 범위를 크게 봤다.

'사업 자금 유치 때문에 연구할 시간이 모자란다'고 투덜대던 허사비스에게 페이지의 러브콜은 간단했다.

"구글이라는 큰 기회를 마음껏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페이지와 허사비스는 딥마인드를 놓고 1년 가량의 지루한 협상을 벌였다.

딥마인드는 2014년 기준 직원 수가 70여명인 작은 벤처기업이었지만 컴퓨터과학·신경과학에서 각국 인재들이 모인 집단이고 직원들의 자존심도 강했다.

연구에 대한 100% 자율권 보장은 물론이고 딥마인드 본거지인 영국 런던에서 사무실을 한 발짝도 옮길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자신들이 개발하는 초고성능 AI를 위해 구글 사내에 'AI 윤리 이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페이지는 이 괴짜 집단의 요구안을 성심껏 들어줬다.

허사비스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껏 다양한 회사에서 인수 제안을 하여봤지만 페이지가 AI에 대해 워낙 열정이 커 구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14년 1월 구글의 딥마인드 인수 발표 때 알려진 인수액은 4억∼6억5천만 달러로 그 당시까지 유럽에서 구글이 추진한 인수합병(M&A)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