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엔본부에서 길원옥 할머니와 면담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입장 차이 좁힐지 주목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처음으로 면담한다.

작년 말 한국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반 총장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입장 차이를 보여 온 만큼 첫 만남의 결과에 시선이 집중된다.

미국을 방문 중인 길원옥(89) 할머니는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 총장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10일 밝혔다.

정대협은 길 할머니가 미국에 오기 이전부터 반 총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8일 길 할머니가 미국에 도착한 뒤에 면담이 확정됐다.

길 할머니는 반 총장과의 면담에서 한·일 정부 간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을 담은 청원서도 전달할 예정이다.

반 총장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면담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반 총장은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공개로 밝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는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반 총장은 작년 말 양국 정부의 합의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로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연초에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대협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최종 타결을 선언한 것은 부당하고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반 총장에게 보냈다.

유엔의 전문가 기구인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양국 합의가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촉구해 할머니들의 편에 섰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