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의원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를 앞두고 농업개혁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농업 분야에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한 구조조정을 촉진해 사료, 농기계 등 농자재 가격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달 초에는 기업의 농지 소유 자유화와 무인경작 확대 등의 성장전략도 발표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 의원(사진)이 자민당 내 농림부 회장으로 주도하고 있다. TPP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오는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민표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은 비효율적인 농업 생산체제에 개혁의 칼을 들이대기로 했다.

그동안 석유화학 정유 등 산업계 구조조정을 이끈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농업 분야에 처음 적용해 공급과잉 여부를 조사, 공표할 계획이다.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가축용 사료나 비료 등 농자재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위기의 일본 농업에 '개혁 칼' 들이댄 아베
우선 거론되는 분야가 사료업계다. 일본에는 65개 사료 제조업체가 115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일본 낙농과 축산 농가가 감소하는 가운데 한국과 같이 하루평균 16시간 가동하는 2교대제를 가정하면 생산능력 과잉이 50%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 사료 품목 수도 1만5800개로 한국의 10배에 이른다. 2014회계연도 일본 사료공장 조업률은 93%로, 2003회계연도(114%)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한국 사료공장 조업률(237%)의 절반 수준이다.

사료부문의 비효율적인 생산체제로 사료 가격이 한국보다 평균 10~20%가량 비싸고, 이것이 고스란히 농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사료비는 양돈 비용의 70%, 낙농의 50%를 차지한다.

모리야마 히로시 일본 농림수산상은 9일 중의원 농림수산위원회에서 “배합사료 업계에 공급과잉과 과당경쟁이 있다”며 “산업경쟁력강화법에서 정한 시장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열린 아베 총리 주도의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와 경제계 인사 간 민관회의에서도 일본 정부의 농업개혁 정책이 새롭게 나왔다. 일본 정부는 국가전략특구에 한해 기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업생산법인에 50% 이상 지분출자를 허용해 기업의 농지 소유를 가능하게 했다. 기업을 끌여들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농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다.

아베 총리는 전략특구회의에서 “규제개혁은 끝나지 않았다”며 “특구를 통해 돌파구를 과감하게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관대화에서는 재계단체인 게이단렌과 농협의 제휴를 강화하기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2020년까지 트랙터 등 농기계의 원격조종을 통한 무인경작도 실현하기로 했다.

농업 개혁의 ‘행동대장’은 자민당 내 고이즈미 농림부 회장이 맡고 있다. 34세인 고이즈미 의원은 부친의 후광을 기반으로 벌써 총리 후보군에까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