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스포츠의학저널 "유러피언 게임에서 총 출전자 8% 이상이 복용"

러시아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28)가 복용한 금지약물이 작년 유럽 각국이 참가한 종합 대회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스포츠의학저널(BJSM)의 조사 결과 최대 490명의 선수가 작년 6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1회 유러피언 게임에서 멜도니움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JSM은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이 대회에서 참가선수 총 6천 명 가운데 약 8%가 넘는 500명 가까이가 멜도니움을 복용했으며, 이 중 메달리스트도 13명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회에 개설된 21종목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15개 종목의 선수들에게서 멜도니움 복용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멜도니움은 당시만 하더라도 금지약물에 포함돼 있지 않아 복용 실태 조사는 선수들과 개별 국가 의료진의 자발적인 정보 제공에 따라 진행됐다.

BJSM 연구진은 "이번 조사는 보편적으로 신체 건강한 선수 집단에서 멜도니움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혈성 질환 치료를 위해 라트비아에서 개발된 멜도니움은 러시아 등 동구권에서는 처방전 없이도 싼 값에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A)에서는 승인을 받지 않았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이 약물이 운동능력과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어 의도적으로 복용할 경우 스포츠정신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1월1일 자로 멜도니움을 금지약물에 포함했다.

샤라포바는 2006년부터 부정맥과 가족력이 있는 당뇨병 때문에 멜도니움을 복용해왔으나, 올해 금지약물 리스트에 추가된 걸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샤라포바 외에도 스피드스케이팅 간판인 파벨 쿨리즈니코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세묜 옐리스트라토프 등 러시아의 스포츠 스타 여러 명이 최근 도핑테스트에서 멜도니움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에 러시아 당국이 국제 대회 성적을 위해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묵인하고 장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