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토론회, 히스패닉 표심 잡기 안간힘…이민법 놓고 설전
이민자에 적대적인 트럼프는 한목소리로 비난

미국 대선의 민주당 경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미니 슈퍼 화요일'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 잡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은 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후보 8차 토론회에 참석해 이민법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두 후보 모두 개회 연설을 통해 수입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은 이와 함께 모든 어린이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샌더스는 경선 내내 강조한 "정치·경제 자리 잡기"를 다시 외쳤다.

플로리다가 히스패닉계 유권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클린턴과 샌더스는 모두 광범위한 이민 개혁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특히 "어린이들이 강제 추방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 범죄자와 테러리스트 등을 추방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정책을 큰 틀에서 계승하는 클린턴을 겨냥한 듯 "추방 문제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은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는 또 누가 라티노의 진정한 옹호자인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클린턴은 샌더스가 불법 이민자의 시민권 획득에 길을 터주는 2007년 이민개혁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을 꼬집었다.

샌더스는 이에 클린턴이 2007년 불법 이민자의 운전면허 취득을 금지하려 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민법과 관련해 공화당 경선의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서는 한목소리로 공격했다.

클린턴은 멕시코 이민자 등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인 트럼프를 "반(反)미국적 시각"을 가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편집증적인 밀매꾼"이라고 공격었다.

샌더스도 트럼프를 겨냥해 "미국인은 멕시코 사람과 무슬림, 여성, 흑인들을 모욕한 후보를 대통령으로 절대 뽑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감한 문제에 대한 문답도 오갔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 문제로 기소된다면 경선을 중단할 것이냐는 물음에 "맙소사, (기소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직 시절인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관용 이메일이 아닌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대통령 선거 내내 클린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개인 서버 이메일에서 기밀이 발견됐지만 클린턴은 당시에는 기밀이 아니었으나 나중에 기밀로 지정됐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샌더스는 전날 미시간 주에서 클린턴에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자신의 정책 메시지가 잘 퍼져 나간 것을 보여준 승리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말 잘 해 나갈 것"이라며 클린턴을 지지한 슈퍼 대의원들을 납득시켜 자신의 지지자로 돌아서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퍼 대의원은 프라이머리(예비투표)나 코커스(당원대회)의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자유의사에 따라 표를 던질 수 있는 주지사, 상원의원, 전직 대통령 등 당내 거물급 인사를 말한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클린턴이 얻은 대의원 수는 762명으로 샌더스(549명)를 앞서고 있다.

슈퍼 대의원까지 합치면 클린턴(1천223명)이 샌더스(574명)를 압도한다.

클린턴은 미시간 패배와 관련해 경선은 마라톤과도 같은 것이라며 "단 한 표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세론을 굳혀가던 클린턴이 미시간 주에서 샌더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민주당 경선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은 '미니 슈퍼 화요일'인 15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일리노이,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경선을 치른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