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은 수치 추천 1명과 군부 추천 1명이 맡을 듯
후보검증·투표 등 일정 남았지만 사실상 당선

미얀마의 정치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자신을 대신해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 후보로 틴 쩌(70)를 지명했다.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최대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10일 미얀마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회의에 대통령 후보로 틴 쩌를 추천했다.

NLD는 또 상원에서는 소수민족인 친족(族) 출신의 헨리 밴 티유를 후보로 추천했다.

군부 추천 후보는 현직 부통령인 싸이 막 칸이다.

NLD는 형식상 2명의 대통령 후보를 추천했지만 수치의 측근인 틴 쩌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헨리 밴 티유 후보는 소수민족 배려 정책에 따라 부통령직을 염두에 둔 추천으로 보인다.

이들은 상하원 의장과 부의장, 상원, 하원, 군부측 인사 등 총 7명이 참여하는 후보 검증위원회의 검증을 받게 된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664명의 상하원 의원 투표를 치른다.

이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 2명은 부통령직을 맡는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틴 쩌, 부통령은 수치여사의 NLD 추천 몫으로 헨리 밴 티유, 군부 추천 몫으로 싸이 막 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투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미얀마 의회 사무국이 확인했다.

후보 검증 및 투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차기 대통령은 수치의 선택을 받은 틴 쩌로 결정된 셈이다.

상하원 의석의 과반(59%)을 NLD가 확보했기 때문이다.

수치는 이날 후보 지명에 앞서 당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NLD를 열렬하게 지지해준 유권자의 바람과 기대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든 우리 당의 목표를 평화적으로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수치보다 한 살 아래 1946년생인 턴 쩌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이번 대선국면 이전에는 미얀마 국민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수치의 옥스퍼드대학 동문으로 '오른팔', '운전기사'로 불릴 만큼 수치와 친분이 깊다는게 현지 정치 분석가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그는 다음 달 출범하는 미얀마의 첫 문민정부에서 형식상의 최고 통치자로 수치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수치의 NLD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선출대상 의석의 약 80%, 전체 의석의 59%를 얻는 압승을 거뒀다.

이를 통해 미얀마 최대 정당 총수가 된 수치는 직접 대통령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지만, 군부가 만든 헌법조항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수치가 총선 이후 3차례나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과 면담하면서, 직접 대선 출마길을 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군부가 끝까지 수치의 대통령 선거 출마에 반대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측근을 앞세운 '대리 통치'로 가닥을 잡았다.

(네피도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