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끼, 격일제, 주 2일 단식 등 다양…"인간은 본래 세끼 먹지 않았다"
암, 당뇨병, 심장질환 생체지표 감소 효과…"입증 충분치 않다" 반론도

하루 한두 끼를 굶거나 하루걸러 단식하거나 1주일 중 5일은 정상식사를 하고 이틀은 굶는 것과 같은 `간헐 단식'이 최근 미국에서 건강 증진 효과에 대한 과학적 뒷받침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 "하루 세끼 풍성한 식사를 하고도 간식까지 챙겨 먹는 문화"에서 정기적 단식이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간헐 단식에 관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배우 휴 잭맨, 베네딕트 컴버배치, 유명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 같은 저명인사들이 간헐 단식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멜은 자신의 체중이 크게 줄어든 게 지난 2년간 1주일에 닷새는 먹고 이틀은 굶는 간헐 단식 효과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 증진 목적의 단식론은 서양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와 철학자 플라톤 등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진화론적으로 우리 몸은 단식에 적합하게 돼 있다고 간헐 단식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하면서 스스로도 하루 한 끼만 먹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신경과학자 마크 맷슨 박사는 설명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특히 수렵채집 시대까지 식량을 손에 넣는 것은 간헐적인 일이었기에 "우리 조상들이 하루 세끼에 간식까지 먹지는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맷슨은 지적했다.

지금도 이슬람권처럼 종교적 이유 등으로 정기적으로 단식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최근엔 건강과 장수의 원천으로서 단식이 주목받고 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장인 발터 롱고는 쥐 실험에서 매달 2~5일 굶긴 쥐의 당뇨병, 암, 심장질환 생체표지가 감소한 결과를 보고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유사하게 질병 위험 요인들이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단식이 암, 당뇨병과 관련 있는 인슐린과 성장호르몬인자(IGF-1)를 낮추고, 그럼으로써 세포 성장과 분화가 더뎌지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노화과정을 늦춤으로써 질병 위험 요인들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롱고 소장은 추정했다.

하루걸러 단식한다고 해서 단식 날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아니라 500 칼로리정도는 섭취한다.

5대 2 간헐 단식의 경우도 이틀 동안 하루 칼로리 섭취량은 500칼로리 정도된다.

맷슨 박사의 간헐 단식은 아침, 점심을 거르되 오후 6~8시간 동안 하루에 필요한 열량 2천 칼로리 모두를 섭취하는 방식으로 `시간 한정형 급식'이라고 불린다.

동물과 인간 대상 연구에서 암 위험도를 낮추고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간헐 단식을 널리 권장할 만큼 체중감량, 건강증진 등의 효과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입증된 것 대부분은 아직 동물 대상 연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급속히 누적되고 있고 그 효과는 놀라울 정도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5대 2 간헐 단식은 체중을 줄이고 체내 혈당량과 염증, 그리고 여러 신진대사 관련 사항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들로 효과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미국 영양식이요법학회(AND)의 조이 두보스트 대변인은 말했다.

두보스트 대변인은 다만 임신 여성이나 당뇨병 환자, 혹은 약물치료 중인 사람들에겐 단식을 권하지 않았다.

격일제 간헐 단식의 경우, 일리노이대 영양학과 조교수 크리스타 바라디가 비만 성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8~10주간 실시한 실험에서 체중이 평균 13파운드(5.9kg) 줄고, LDL콜레스테롤과 혈압, 트리글리세리드(동맥경화를 일으키는 혈중 지방 성분), 지방저장 호르몬인 인슐린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 10~20%의 사람은 간헐 단식이 너무 힘겨워 중도에 그만뒀는데, 끝까지 참여한 사람들은 첫 2~3주가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바라디 조교수는 "식사가 허용된 날엔 전날 굶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과식할 줄 알았는데, 통상적인 식사보다 10~15% 정도만 더 먹는 데 그쳤다"며 격일제 간헐 단식의 효과가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맷슨 박사가 지난 2011년 발표한 5대 2 간헐 단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선 과체중 및 비만 여성 107명에 대해 간헐 단식을 하고 6개월 후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비교집단과 비교한 결과 두 집단 모두 체중이 감소했다.

하지만 간헐 단식 집단의 체중 감소량이 약간 더 많고, 뱃살은 더 많이 줄었으며, 근육량은 더 많이 유지되고 혈당량 조절도 더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