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연구소 비공개 포럼서 공화당 지도부와 트럼프 낙마방안 논의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낙마시킬 방안을 논의하려고 공화당 지도부와 비밀리에 회동했다고 허핑턴포스트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조지아 주의 씨아일랜드 리조트에서 미국기업연구소(AEI)가 비공개로 개최한 월드포럼이 그 접선지였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냅스터 설립자 숀 파커, 테슬라 자동차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등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과 만난 공화당 지도부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원내 대표,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인 원로 칼 로브, 상원의원 코리 가드너, 팀 스콧, 롭 포트먼, 벤 사세 등이었다.

IT 업계 거물들과 공화당 지도부의 회동에서는 승승장구하는 트럼프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고 득세의 원인 분석과 함께 저지 방안까지 논의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석자인 보수성향 잡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 빌 크리스톨은 이메일을 통해 "월드포럼에 귀신이 쓰인 것 같았다"며 "그 귀신은 도널드 트럼프였다"고 말했다.

크리스톨은 "트럼프의 출현에 불만이 많았다"며 "트럼프가 잘 나가는 이유, 결국 패퇴할 것이라는 희망 등에 대한 때로 사려 깊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얘기가 많이 오갔다"고 덧붙였다.

보수층의 논리를 대변하는 크리스톨은 공화당 신보수주의자들의 학장 격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한 참석자는 트럼프를 저지할 방안보다는 트럼프의 득세 원인을 분석하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IT업계의 거물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AEI의 월드포럼은 비밀로 열리는 게 특색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015년 포럼 때 참석자들이 눈이 왔는지 안 왔는지조차도 확인해주지 않을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포럼에는 뉴욕타임스의 발행인인 아서 슐츠버거 등 언론인도 회의 내용의 비보도를 전제로 참석했다.

주디 스테커 AEI 대변인은 "이번 행사는 사적이고 보도도 금지되는 까닭에 더는 내용이나 참석자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스테커는 "포럼은 이념을 불문하고 사회 지도층 사상가들이 모여 미국과 자유세계가 경제, 안보, 사회복지에서 직면한 과제를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