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 등극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시 주석의 배지가 등장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과 같은 반열의 '핵심 지도자'로 부상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7일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에 따르면 전인대에 참석 중인 티베트(시짱<西藏> 자치구) 대표단이 모두 역대 지도자 5명의 얼굴 사진을 모아놓은 배지와 시 주석 상반신 모습을 담은 배지 등 2개를 가슴에 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 주석 배지가 등장한 것을 놓고 중국 공산당이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상징적 단면으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배지처럼 중국도 공식 행사에서 최고지도자의 배지를 착용하는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중국 건국 이래 마오쩌둥만이 이런 영광을 안았다.

이에 따라 이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시 주석의 1인 체제를 뜻하는 '시 핵심'이 당의 공식 용어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지난 1월부터 중국 지방에서는 '시진핑 총서기를 영도(領導) 핵심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천취안궈(陳全國) 시짱 자치구 서기는 "당의 핵심 시진핑 총서기에 대한 충성"을 표명하기도 했다.

'핵심'이라는 용어는 덩샤오핑과 장쩌민(江澤民) 시절 '덩샤오핑(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처럼 최고지도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됐다가 후진타오(胡錦濤) 시절부터는 '후진타오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쓰며 사라졌다.

'시 핵심'이라는 용어를 아직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지도부는 '영도 핵심'에 대한 인식 강화를 공공연히 주창하고 있다.

시 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은 지난 1월 중앙직속기관 공작회의에서 '핵심' 의식을 강화하고 당에 절대 충성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인대에서 시 주석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업무보고 때 박수도 치지 않고 주석단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이지 않으며 시종 엄숙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한 것도 '시 핵심'을 의식한 행동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 핵심'이 확정되면 중국 정치는 집단 지도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1인 지배 체제로 회귀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이 같은 '시 핵심'이 개인 숭배로 발전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표현방식과 절차를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제런(陳杰人) 상하이정법대학 법제신문연구센터 연구원은 "마오쩌둥 시대 이래 공식 정치행사에서 최고지도자 배지를 가슴에 단 것은 유례가 없었다"며 "티베트 대표단의 배지 착용은 일종의 시험용으로 시 주석에 대한 충성과 당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배지 2개를 가슴에 닮으로써 개인숭배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 지도부가 배지 착용을 제지하지 않을 경우 다른 대표단들도 '시진핑 배지 착용'을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