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슈퍼 토요일'서 트럼프 일격…공화당 '반트럼프 정서' 통했나
미국 캔자스와 켄터키, 루이지애나, 메인 등 4개주(州)에서 5일(현지시간) 동시에 치러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사진)이 2승을 올리며 도널드 트럼프의 대세론에 강력한 태클을 걸었다.

크루즈를 위시한 ‘반(反)트럼트’ 진영의 본격적인 반격 속에 트럼프가 당초 예상과 달리 경선 중·후반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경선이 끝날 때까지 대의원 과반 확보에 실패, 당 지도부가 후보 지명 과정에 개입하는 ‘중재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 개최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보도하고 있다.

◆반트럼프 진영, 크루즈 중심 재편될까

크루즈 '슈퍼 토요일'서 트럼프 일격…공화당 '반트럼프 정서' 통했나
크루즈 의원은 이날 캔자스와 메인에서 각각 48%와 4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트럼프를 여유 있게 제치고 승리했다. 트럼프 득표율은 캔자스 23%, 메인 33%에 그쳤다. 크루즈 의원은 루이지애나에서도 38%를 얻어 트럼프(42%)를 턱밑까지 쫓았다.

크루즈는 대의원 155명이 걸린 이날 경선에서 66명(42%)을 확보하며 트럼프(51명)를 제쳤다. 이날 승리로 크루즈는 대의원 297명을 확보해 트럼프와의 격차를 83명으로 줄였고, 3위(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와의 격차는 174명으로 늘렸다. 크루즈 의원은 경선 뒤 연설에서 “우리는 지난 1일에 엄청난 결과를 지켜본 데 이어 오늘 ‘슈퍼 토요일’에 다시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 화요일 경선 때도 3곳에서 승리하며 7곳에서 승리한 트럼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월 들어 인상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크루즈가 반트럼프 진영의 ‘기대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했다. 루비오 의원은 크루즈 의원과 단일화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전당대회 가능성 10~15%”

크루즈 '슈퍼 토요일'서 트럼프 일격…공화당 '반트럼프 정서' 통했나
AP통신은 “크루즈가 적시에 트럼프 돌풍을 잠재움으로써 공화당 경선이 장기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19개주에서 치러진 경선 중 12곳에서 승리하며 대의원 380명으로 후보를 확정 짓는 ‘매직 넘버’(1237명)에 가장 근접해 있다. 그러나 경쟁자들을 압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반트럼프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 판세가 급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가 공화당 최종 경선인 오는 6월7일까지 대의원 과반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공화당은 과반 후보가 없으면 7월 말 전당대회에서 당 수뇌부가 후보를 선택할 수 있어 트럼프의 후보 지명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중재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루비오 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주지사는 찬성하고 있다.

레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VC) 의장은 “중재전당대회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85~90%”라고 말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지도부가 중재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10~15% 정도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2곳 승리로 경선 동력 확보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5일 경선지 3곳 중 캔자스와 네브래스카에서 승리하며 레이스의 동력을 확보했다.

샌더스 의원은 캔자스에서 68%의 득표율로 32%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은 데 이어 네브래스카에서도 57% 대 43%로 승리했다. ‘딥 사우스’로 불리는 남부 루이지애나에서는 흑인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클린턴 전 장관이 71%의 득표율로 23%에 그친 샌더스 의원에게 완승을 거뒀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